‘빙의 챌린지’로 시작되는 공포… 90년대생 유튜버의 힙한 스릴러

백수진 기자 2023. 10. 1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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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일 개봉하는 영화 ‘톡 투 미’
영화 ‘톡 투 미’에서 주인공 미아(소피 와일드)는 세상을 떠난 엄마의 영혼을 부르기 위해 ‘죽은 자의 손’을 잡는다. /올랄라스토리

촛불을 켜고 창문을 연다. 잘린 손 모형을 잡고 ‘톡 투 미(Talk to me)’를 외치면,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낼 수 있다. 단, 빙의 후 90초를 넘기면 영혼이 몸에 들러붙어 빠져나갈 수 없다.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공포 영화 ‘톡 투 미’는 고전적인 공포와 10대들의 트렌드를 솜씨 좋게 엮어냈다. 호주 출신 유튜버의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지난 1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공개되자마자 쟁쟁한 할리우드 배급사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영화사 A24가 치열한 경쟁 끝에 북미 배급권을 따내며 속편 제작까지 확정했다. 영화는 현재까지 제작비의 약 20배인 8945만달러(약 1210억원)를 벌어들이며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 '톡 투 미'에서 빙의된 친구를 휴대전화로 찍고 있는 10대들. /올랄라 스토리

스타 배우도, 유명 감독도 없는 이 영화는 Z세대를 겨냥한 호러로 화제가 됐다. 1992년생 쌍둥이인 감독 대니·마이클 필리푸는 구독자 680만의 인기 유튜버. 빙의라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면서도 요즘 10대 문화를 지극히 사실적으로 묘사해 현실감을 더했다. 영화 속 10대들은 친구가 빙의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낄낄대며 휴대전화로 찍고, 경쟁하듯 더 자극적인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챌린지를 유행시킨다. 실제 틱톡에서도 ‘톡 투 미’ 관련 영상은 조회 수 3억회를 기록하며 입소문이 났다.

그렇다고 10대를 피상적으로만 그리진 않는다.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주인공 미아(소피 와일드)의 깊은 슬픔이다. 미아는 엄마가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세상을 떠난 뒤 우울증을 겪는다. 빙의를 통해서라도 엄마의 영혼을 만나고 싶어 하는 10대 소녀에 이입할 수밖에 없다. 미아에게 들러붙어 떠나려 하지 않는 악령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트라우마의 현현처럼 보인다. 챌린지에 중독된 10대들은 각자의 외로움, 슬픔, 불안 때문에 쉽게 악령에 손을 내민다.

영화 '톡 투 미'를 만든 쌍둥이 형제 감독 대니 필리푸와 마이클 필리푸. /더쿱디스트리뷰션

영상에 익숙한 세대답게 촬영이나 편집, 사운드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힙’하다. 빙의한 순간 화면이 90도로 꺾이는 효과나 섬뜩한 특수 분장, 악령의 사망 원인을 상상하게 만드는 기괴한 소리가 공포를 더한다. 필리푸 형제는 한 인터뷰에서 “DIY(Do It Yourself) 정신”이 비결이라며 “돈과 사람이 많아질수록 작업 속도는 느려진다”고 했다. 부족한 예산으로 촬영 기간이 단축되면서 시간을 벌기 위해 특수 효과를 자체 개발하는 등 물질적 제약이 혁신을 낳았다는 것이다.

이들에겐 유튜브가 영화 학교였다. 특수 분장부터 음향 효과, 음악까지 스스로 해결한 짧은 영상들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인기를 끌었다. 마이클 필리푸 감독은 “유튜버가 되고 싶어서 시작한 건 아니다. 경험을 쌓으려고 매번 새로운 도전 과제를 설정하고 실험해 왔다”고 했다. 하지만 ”유튜브처럼 찍은 영화”라는 혹평도 따라다닌다. 영화엔 자극적인 쇼츠(짧은 영상)처럼 잔혹하고 기괴한 장면이 다수 포함돼 있어 15세 관람가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 미국에선 R 등급(17세 미만은 성인 동반 시청)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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