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60] 진도군 조도 돌미역
최근 비가 제법 오던 날, 집 앞 고깃집에서 가족 회식을 하고 있었다. 식당 직원이 고기를 구워 식탁에 올려주고 돌아간 직후, 8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가 들어오더니 홀을 한 바퀴 둘러보고, 아내에게 곧장 다가와 미역이 한 가닥 남았다고 내밀었다. 아내는 이런 상황에서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5만원이라는 말에 머뭇거리니 쥐포를 내밀었다. 제가 정중하게 거절하자 그 할머니가 아내에게 3만원만 주라는 것이다. 비가 와서 돌아다닐 수 없어 팔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진도곽’이라며 꺼내서 보여줬다. 그 말에 아내 마음이 움직인 걸까. 길이는 150㎝, 폭은 30㎝쯤 될 것 같았다. 크기와 미역 모양새는 진도곽으로 보였다. 진도곽은 조도면의 여러 섬에서 생산되는 돌미역이다.
전남 진도군 조도면은 150여 개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진도 본섬을 중심으로 서쪽과 남쪽 일대의 크고 작은 섬들은 대부분 조도면에 속한다. 그중 논밭이 있고, 어장이 좋은 일부 섬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미역을 생명줄 삼아 살았다. 특히 독거도, 맹골도, 곽도의 돌미역이 유명하다. 독거도와 곽도는 미역 포자가 바위에 붙기 전에 뭍에 있던 사람들도 섬으로 들어와 미역 바위를 청소하고, 여름철에는 바닷물이 많이 빠질 때 미역이 햇볕에 노출되어 마르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닷물을 뿌려준다. 그래서 미역이 자라는 갯바위를 미역밭이라 부르고, 미역 농사를 짓는다고도 한다. 미역을 채취할 때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공동 노동을 하고, 똑같이 나누었다. 미역 철이 되면 뭍으로 나간 자식들, 시집간 딸들도 아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렇게 모여 한 가닥 두 가닥 정성껏 만들었다. 미역을 팔아야 학교도 보내고, 생필품도 구할 수 있었다. 미역이 곧 돈이고 화폐였다.
조도 미역은 식당에서 만났던 할머니가 팔던 것처럼 미역 가닥의 폭과 길이가 예사롭지 않다. 그 미역 20가닥을 한 뭇이라 하는데, 비쌀 때는 70만~80만원도 했다. 그러니까 식당에서 구입한 미역이 진도곽이라면, 소매를 고려해 5만원을 불렀던 것이나 3만원에 판 것도 합리적이다. 진도곽은 시간을 두고 뭉근히 사골을 고듯이 끓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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