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일본에서 밥 남겨도 괜찮은가요?
한국인 친구와 일본에서 우동을 먹으러 갔을 때의 일이다. 도쿄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진정한 맛집이지만, 배부른 친구는 한 그릇 다 먹기가 어려워 보였다. “다 안 먹어도 된다, 무리하지 말라”고 했더니, 친구가 말한다. “일본에선 밥 남기면 안 되잖아. 예의 없는 것 아냐?”
배탈이 날 것 같은데 억지로 다 먹을 필요까진 없지만, 일본 식당에서 밥을 남기지 않는 건 일종의 매너이긴 하다. 일본에선 요리를 만들어준 분이나, 고생하며 농사지은 분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온 음식을 다 먹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일본인이 쌀 한 톨도 안 남기고 그릇을 싹싹 비우는 건 비단 배고파서만은 아닌 셈이다. 오히려 어렸을 때부터 받은 교육이 몸에 배어 있는 것에 가깝다.
‘일본은 밥양이 적어서 가능한 게 아닐까’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일본 음식은 전체적인 메뉴 구성을 보자면, 반찬 등이 푸짐한 한식에 비해 단출해 보인다. 그러나 공깃밥, 면(우동, 소바, 쓰케멘) 같은 단품만 비교하자면 오히려 한국보다 양이 많을 수 있다. 한국인 입장에선 반찬도 별로 나오지 않는데, 오로지 밥과 면만 먹어야 한단 점이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에선 한 그릇을 다 먹던 사람도 막상 일본에선 음식을 남기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모양이다.
다행인 건 음식량을 조절해서 파는 식당이 꽤 많다는 것. 특히 일본인은 쌀밥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쌀밥의 양을 고를 수 있는 식당이 많다. 보통 양(180g), 오모리(큰 사이즈, 250g, +100엔), 도쿠모리(더 큰 사이즈, 300g, +150엔)와 같은 식이다. 그래서 밥그릇 크기도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다양하다. 많이 못 먹는 사람을 위해 밥양을 줄이고 가격을 할인해주는 가게도 있다. 밥을 남기고 싶지 않지만, 식사량이 적은 사람을 배려해 처음부터 적게 주문하도록 한 것이다.
음식 문화가 다른 외국인 관광객까지 음식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이런 점이 있다는 걸 알고 식당에 간다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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