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대일로’ 자금 쓴 네팔 공항 빚더미… 개도국 줄줄이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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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8일 양일간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10주년 정상포럼이 열리는 가운데 일대일로에 대한 비판 또한 고조되고 있다.
네팔,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일대일로에 참여한 상당수 개발도상국이 경제 발전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대중국 부채만 잔뜩 늘어난 '부채의 덫'으로 신음하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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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기업, 비용 부풀려 이익 극대화… 스리랑카는 항구 운영권 뺏겨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위기 틈새… 中, 남중국해 등 영향 확대 노려
시진핑-푸틴 7개월 만에 회동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정상포럼’에서 웃고 있다. 두 정상은 18일까지 열리는 이 포럼을 계기로 올 3월 이후 7개월 만에 회담을 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등 현안은 물론이고 미국 패권에 도전하기 위한 두 나라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AP 뉴시스 |
16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네팔의 제2도시 포카라에 올 1월 문을 연 국제공항을 그 증거로 제시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352달러(약 183만 원)에 불과한 세계 최빈국 네팔은 과도한 ‘차이나 머니’를 빌려 공항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용객이 거의 없어 중국에 빌린 돈을 갚을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 ‘부채의 덫’ 빠진 네팔
포카라는 안나푸르나봉을 포함한 히말라야 주요 고봉을 볼 수 있는 국제적 관광지다. 네팔은 2016년부터 중국 돈으로 공항 건설에 나섰다. 시공사는 중국 기업 CAMC엔지니어링, 비용은 2억1600만 달러(약 2916억 원)였다.
NYT는 수천 쪽의 관련 서류를 검토한 결과 중국 측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건설비용을 비싸게 책정했으며 안전에 관한 네팔의 각종 규정 또한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연 28만 명의 국제선 승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당초 기대도 빗나갔다. 대부분의 취항 노선은 중국 일부 도시로만 한정됐고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국제선 승객은 찾아보기 힘들다. 네팔은 2026년부터 공항 건설에 투입한 돈을 중국에 상환해야 하지만 이대로라면 대출금 상환이 어렵다. 중국은 네팔 측의 대출금 연기 요청에도 즉답을 피하며 “네팔에 더 많은 노선을 개설하겠다”고만 했다.
네팔과 마찬가지로 중국 돈으로 남부 요충지 함반토타 항구를 개발한 스리랑카는 대중 부채를 갚지 못해 항구 운영권을 99년간 중국 측에 넘겼다. 캄보디아, 이집트 등도 중국 돈이 투입된 주요 자산에 대한 운영 및 소유권을 비슷한 과정을 통해 잃었다.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반기는 中
‘부채의 덫’ 논란에도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을 강화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선 이번 포럼 기간 중 새로운 해양 협력 이니셔티브 ‘블루 이코노미(blue economy)’의 구체적인 내용과 목표를 공개하기로 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방침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 가디언 등은 중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또한 미국의 패권에 맞설 새로운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만을 두고 미국과 충돌할 가능성을 높여 왔던 중국에는 미국의 관심이 딴 곳으로 쏠린 것이 큰 이득이라는 것이다.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이 14일 하마스의 근거지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도를 넘었다며 “자기 방어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판한 것도 이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대일로에 대한 서방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중국이 부담스러워하는 대목이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일대일로 참여 의사를 밝혔던 이탈리아는 ‘부채의 덫’ 우려가 고조되자 최근 일대일로 탈퇴를 기정사실화했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서 중국이 이스라엘을 비판하면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서방 세계와 또 다른 갈등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지점이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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