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니핑’ 뜨니 매출 3배… “이젠 장난감 대신 캐릭터야”
2021년 설립한 완구 스타트업 ‘아이오이’는 자체 제작한 애니메이션 ‘꼬미마녀 라라’를 올해부터 방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외국 애니메이션 ‘개비의 매직하우스’ 등 다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한 완구를 주로 유통했지만, 설립 2년 만에 자체 캐릭터를 개발한 것이다. 콘텐츠를 온전히 활용하기 위해 자체 자본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고, 올해 3월 첫 방영과 함께 관련 완구 19종을 출시했다. 시즌 1에 이어 지난 14일부터 시즌 2 방송을 시작했다. 아이오이는 지난해 매출 53억원, 영업이익 4억원을 올렸다. 올해는 애니메이션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매출이 약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이오이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 자체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저출산 시대 완구업체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체 IP(지적재산권) 보유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저(低)출산으로 주 고객층인 영유아가 점점 줄자 국내 완구업계는 단순 제작·유통에서 자체 캐릭터 개발을 통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캐릭터나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제작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관련 완구를 생산·유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개발에도 나선 것이다. 한 완구업계 관계자는 “저출산 시대에는 아이 1명에 대한 부모 지출액이 더 늘어나는 만큼, 충성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한 캐릭터 개발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했다. 일단 캐릭터가 인기를 얻으면 관련 완구가 잘 팔리는 것은 물론, 라이선스 계약과 공연 등 수익 다변화가 가능하다. 해외 시장 수출길도 열린다.
◇완구보다 캐릭터가 먼저
캐릭터 개발의 중요성에 일찌감치 주목한 국내 완구업체로는 오로라월드가 있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1990년대부터 이미 자체 캐릭터 개발에 나섰다. 이렇게 개발해 보유한 IP만 80여 종, 이를 활용한 캐릭터 상품은 8만여 종에 달한다. 오로라월드가 직접 제작한 애니메이션 ‘유후와 친구들’은 2019년 넷플릭스에서 3D 버전으로 출시돼 네덜란드·러시아·벨기에·룩셈부르크 등 전 세계 80여 국에서 방영됐다. 관련 캐릭터 상품은 1억 개 넘게 팔렸다. 덕분에 2018년 1468억원이었던 오로라월드 매출은 지난해 2317억원까지 늘었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31억원에서 183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완구 유통·판매에 집중한 손오공, 영실업 등 완구업계 전통적 강자들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손오공 매출은 2018년 992억원에서 지난해 667억원까지 줄었고, 지난해에는 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영실업 역시 지난해 영업손실 6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손오공은 창업주인 최신규 전 회장이 세운 콘텐츠 제작사 초이락컨텐츠컴퍼니의 캐릭터를 활용한 완구를 유통해 왔다. 하지만 최 전 회장이 2016년 손오공 지분을 미국 완구업체 마텔에 매각해 경영에서 손을 뗐고, 2021년에는 초이락과의 콘텐츠 유통 계약까지 종료됐다. 이후 손오공은 새 캐릭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콩순이, 또봇, 시크릿쥬쥬 등 자체 캐릭터를 개발해 201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영실업 역시 새 캐릭터를 내놓은 지 오래됐다.
◇캐릭터 잘나가자 완구 출시하기도
성공한 캐릭터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완구업체로 바꾸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SAMG(삼지)엔터테인먼트는 2016년부터 자체 완구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2020년 출시한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이 큰 인기를 끌면서 관련 상품 판매가 급증했다. 삼지 관계자는 “현재 한국·중국에서 티니핑 관련 완구 발주량이 500만개에 달한다”고 했다. 새 캐릭터가 나올 때마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통에 부모들 사이에선 ‘파산핑’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삼지 매출은 2020년 236억원에서 지난해 683억원까지 늘었고, 지난해 말에는 코스닥에도 상장했다. 지난해 매출 중 완구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5%에 달한다. 삼지 관계자는 “티니핑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일본에서도 올해 상반기 애니메이션 방영이 시작됐다”며 “완구 판매를 위해 현지 업체와 협의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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