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악재 쌓여가자… 공매도 잔액, 올 들어 최고 수준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공매도가 올해 들어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공매도는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나중에 사서 갚는 투자 방법이다. 공매도 투자는 주가가 내려야 이익을 얻기 때문에 그만큼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코스피200 종목의 공매도 잔액 비율은 0.75%로 연중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공매도 잔액 비율은 전체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 비율은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0.6%)과 비교하면 0.15%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공매도 잔액도 올해 초 9조1931억원에서 12조9011억원으로 40% 넘게 늘었다. 코스닥은 공매도가 더 심하다. 코스닥150 종목의 공매도 잔액 비율은 올해 초 1.86%에서 12일 3.21%까지 올라 지난달 27일(3.12%) 기록한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공매도 잔액도 6조7679억원으로 연초(2조7024억원) 대비 2.5배로 늘었다.
◇증시 악재 쌓이며 공매도 늘어
공매도 잔액 비율이 올해 들어 최고치로 치솟은 것은 고금리, 고유가,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주가 흐름이 부진한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전쟁이라는 악재가 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주가지수가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것이란 데 베팅한 투자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증시 공매도 거래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6일까지 16거래일 연속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하는 등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유가증권(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공매도 잔액 비율 상위 종목들을 살펴보면, 최근 들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는 이차전지주가 대거 포진한 것이 눈에 띈다. 이차전지 소재 업체로 분류되는 후성의 공매도 잔액 비중이 6.08%인 것을 비롯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5.64%), SKC(4.32%) 등이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잔액 비율 상위권에 위치했고, 코스닥시장에서도 대주전자재료(7.17%), 엘앤에프(6.77%), 에코프로(6.69%) 등의 공매도 잔액 비율이 높았다.
◇쇼트커버링 가능성도 대비
일각에선 이같이 공매도가 늘어나는 상황을 수익을 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나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코스피 공매도 비율은 10월 초·중순을 정점으로 12월 초·중반까지 하락한다”면서 “현재 공매도 비율이 올해 상단에 근접해 있다는 걸 감안하면, 연중 고점 대비 주가 하락 폭이 컸던 호텔·레저, 2차전지, 미디어, 조선, 소프트웨어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말 외국인·기관투자자들의 장부 결산(북 클로징) 등을 앞두고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쇼트커버링’이 나타나는데, 쇼트커버링이 나타나는 종목은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올해 상반기 이차전지 기업인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주가가 과열되자 주가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대거 공매도에 나섰지만 예상 외로 주가가 오르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급히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가가 급격히 더 뛴 적이 있었는데 이련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상반기와는 다른 만큼 공매도 쇼트커버링으로 인한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엔 증시 전체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쇼트커버링이 나와 주가가 더 큰 폭으로 오를 수 있었다”면서 “지금은 증시 주변 환경이 불안한 데다 주가가 내리는 상황에서 공매도가 늘어나고 있어 상반기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 비율이 높은 종목들은 금리가 내리거나 거시 환경이 안정적으로 바뀌면서 외국인 자금들이 들어와 증시가 반등하는 것을 확인한 뒤에 살펴봐도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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