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 前원장 등 10여명 “이직”… 과기부, 기술유출 우려에 감사

전남혁 기자 2023. 10. 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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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자 입찰을 약 두 달 앞두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인력 10여 명이 입찰 참여가 유력시되는 민간기업으로 이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7일 과학계에 따르면 항우연은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보다 고도화된 차세대발사체 개발을 주관할 민간기업 입찰을 11월 초 공고할 예정이다.

항우연의 인력 10여 명이 특정 민간기업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이직 시점이 차세대발사체 개발을 주관할 기업 입찰을 앞둔 상황이라 공정성 문제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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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자 입찰 두 달 앞두고…
입찰 참여 유력 기업 옮기려하자
“일부 열람자료 외부유출 가능성”
항우연, 디지털 포렌식 동의 공문… 이직 예정자들 “불법-표적 감사”
정부의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자 입찰을 약 두 달 앞두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인력 10여 명이 입찰 참여가 유력시되는 민간기업으로 이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술 유출’을 우려하며 감사에 나섰다. 반면 퇴직 예정자들은 “감사를 받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17일 과학계에 따르면 항우연은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보다 고도화된 차세대발사체 개발을 주관할 민간기업 입찰을 11월 초 공고할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향후 10년간 2조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항우연의 조광래 책임연구원(전 항우연 원장)이 9월 12일 이직 의사를 밝혔고, 현재까지 조 전 원장을 포함해 10여 명의 임직원이 퇴사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들은 모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옮길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 입찰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항우연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옮기는 배경엔 민간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가 자리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대기업의 공격적 채용 기조도 작용했다. 또 지난해 말 항우연이 누리호를 개발했던 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 산하의 연구개발팀을 폐지하는 조직개편에 대한 불만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우연의 인력 10여 명이 특정 민간기업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심판’에 가까운 연구원 인력들이 민간기업의 ‘선수’로 뛴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직 시점이 차세대발사체 개발을 주관할 기업 입찰을 앞둔 상황이라 공정성 문제도 제기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기정통부는 ‘기술 유출’ 우려로 일부 퇴직 예정자에 대해 9월 중순 감사에 착수했다. 특정인이 과도하게 자료 열람이 많았다는 제보가 있었는데, 이후 이들 중 일부가 퇴직원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열람된 자료 중 일부가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일정 부분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여기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13일에는 항우연 측에서 이직 대상자인 10여 명에게 PC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동의를 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기술 유출 정황 여부 등을 포렌식을 통해 확인하겠다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조 전 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포렌식 동의를 구하는 공문이 와서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또 과기정통부 감사에 대해 “산업체 이직에 대한 보복성 불법·표적감사”라고 주장했다. 항우연 측은 포렌식 관련 공문 송부 여부를 묻는 본보 질의에 “감사와 관련된 사항이라 세부사항을 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조 전 원장과 연구원의 한화 이직 자체에는 법적 제한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혁신처 및 항우연 등에 따르면 항우연 내에서 유관단체 등에 취업이 제한될 수 있는 보직은 원장인데, 조 전 원장은 원장직에서 내려온 지 3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조 전 원장은 2017년까지 항우연 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보직 없이 책임연구원 직급으로 항우연에 소속돼 있다.

우주개발이 민간기업 주도로 넘어가는 흐름에서 이번 갈등은 과학계와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 학계 관계자는 “기술이전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람이 이동하는 것”이라며 이번 이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차세대발사체 입찰을 앞둔 상황에서 대규모 인력이 한 번에 이직하는 흐름은 문제가 있다. 앞으로 (이직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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