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대1 뚫고 당첨됐어도… 주변 시세보다 비싸면 계약 포기
재당첨 불이익 없어진 것도 한몫
연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과열되던 서울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 최근 대규모 미계약이 발생하는 단지들이 나오고 있다. 10대1 넘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첨된 사람들이 대거 계약을 포기한 것이다. 주변 시세보다 비싼 수준으로 분양가를 높게 책정해 가격 매력이 떨어지고, 규제 완화로 당첨을 포기하는 데 따른 불이익도 거의 없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1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건설되는 호반써밋 개봉이 지난 16일 미계약분 72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특별 공급 80가구 모집에 1182명이 참여했고, 1순위 110가구에는 2776명이 몰리며 2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체 당첨자 중 40% 가까이가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써밋 개봉은 전용면적 84㎡ 기준 최고 분양가가 9억9860만원으로, 발코니 확장비와 옵션 비용 등을 감안하면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인근 입주 10년 차 미만 단지의 실거래가보다 1억~2억원 높다.
지난달 401가구 일반 분양을 한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도 청약 경쟁률은 14대1로 높았지만 일부 미계약이 발생해 선착순 계약을 진행 중이다. 분양가는 인근 단지 시세와 비슷하지만, 내년 3월 입주하는 후분양 단지여서 단기간에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미계약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분양 당첨 관련 규제 완화도 미계약 발생의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1월부터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21구가 비규제 지역이 되면서 추첨제로 청약에 당첨된 사람은 최장 10년이던 재당첨 제한 규제가 사라졌다. 비규제 지역에서 85㎡ 이하는 분양 물량의 60%가, 85㎡ 초과는 모두 추첨제로 배정되기 때문에 가점이 낮아도 당첨될 수 있다. 청약 당첨을 포기하더라도 청약 통장에 가입하고 1년간 납입하면 1순위 자격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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