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유리 속에, 따뜻한 기억을 채워 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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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위에 찍힌 손자국, 활자,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표면은 기억을 담고 있다.
한국 유리 공예 1세대 작가인 고성희 남서울대 유리세라믹디자인과 교수(62)의 개인전이 서울 강남구 청작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이 밖에도 작가는 유리에 손이나 천 조각으로 흔적을 남기거나, 자연적으로 갈라진 흙의 모습을 살려내는 방식으로 유리 속에 기억을 심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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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연습’ 연작 20여점 선보여
고 작가는 기억을 상상력의 원천으로 보고, 그것을 표현할 매개체로 활자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유럽 고물상에서 구한 납 활자를 활용했다. 그는 “납 활자를 처음 보면 차갑다는 느낌이 들지만 활자를 통해 텍스트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더없이 따뜻한 감성과 감흥이 생겨난다. 그것이 대화의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활자는 조형적으로도 완결성을 지닌 데다 서사성까지 가져 완벽한 작품의 소재가 됐다”고 했다.
초기 납 활자들은 프랑스 파리 국립미술학교를 거쳐 체코, 독일 등의 여러 공방을 돌며 유리 조형을 배울 때 수집한 서너 주먹이 전부였다. 이를 모두 사용하고 더 이상 납 활자를 구하지 못했는데, 최근 경기 파주출판단지에서 새롭게 납 활자를 구하면서 이 시리즈가 이어질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작가는 유리에 손이나 천 조각으로 흔적을 남기거나, 자연적으로 갈라진 흙의 모습을 살려내는 방식으로 유리 속에 기억을 심어 넣는다. 그 과정은 유리 공예 기법인 ‘슬럼핑’ ‘캐스팅’으로 주로 이뤄진다. 우선 흙과 납 활자, 오브제 등으로 기본 형태를 제작한 다음, 이를 기반으로 석고 틀을 만든다. 이 틀에 다시 석고를 넣어 속 틀을 만든 뒤, 그 위에 유리를 올리고 700∼900도에 소성(燒成)한다. 3∼7일이 지나면 작품을 꺼낸 후 연마해 완성한다. 완성된 유리 작품의 아랫부분에 조명을 비춰 특유의 물성을 살리도록 연출하기도 한다.
국내에 유리 조형을 들여온 고 작가는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뒤 새로운 재료 연구를 하고 싶어 유럽으로 향했다. 프랑스 파리 국립미술학교 초청 학생을 거쳐 1990년대 중반 귀국해 홍익대 조소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남서울대 유리조형연구소장도 맡고 있다. 25일까지.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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