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의대 증원 꼭 필요… 의료계 우긴다고 해결 안돼”

이상헌 기자 2023. 10. 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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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 추진]
“尹대통령도 늘려야 한다고 생각”
의협 “강행땐 모든수단 동원 투쟁”
의사단체가 정부의 국내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 추진에 단순히 수를 늘려서는 필수의료 공백 사태를 막을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16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의과대학. 2023.10.16/뉴스1
대통령실은 17일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대 정원 확대 문제에 대해 “근거에 입각해 원칙대로 추진할 것”이라며 “의료계에서 빡빡 우긴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의사 수 증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원 확대는 꼭 필요한 일”이라며 “2050년 의사가 2만∼3만 명 부족할 수 있다는 추계가 나온 만큼 더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금 의대 정원을 늘려도 의사 수는 10년 뒤에나 늘어나는 수준”이라며 “윤 대통령도 의대 정원에 대해서는 늘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는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의 현실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의사 수 증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여당 원내사령탑인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도 이날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현재의 의료서비스 상황이나 미래 의료 수요 추세를 보나 정원 확대가 문제 해결의 대전제라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며 “현재와 미래의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의사 수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실과 여당은 의료계 반발을 감안해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19일 발표하려던 구체적 의대 정원 확대 규모 등을 추후로 늦추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과 방향성 등은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정부와 의료계가 파업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이날 열린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한다면 14만 의사와 2만 의대생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한 강력한 투쟁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與 “지방의료 붕괴” 의대 증원 적극적… 野도 “환영”

의대 정원 확대

“의대 정원 확대는 국민 찬성 여론이 높고, 야당도 환영의 뜻을 보이는 만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적극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7일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추진 중인 의대 정원 확대 문제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꼭 해야 할 일은 한다는 윤석열 정부 기조는 변함없다”는 말도 나왔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료계 반발이 예상되지만, 국민 권익을 위해 꼭 해결해야 하는 의사 수 부족 문제 해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때도 원칙 있는 대응으로 국민 지지를 이끌어 냈던 점을 거론하는 참모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대 정원 확대 이유는 차고 넘친다”면서 “고령화로 인해 치료받아야 하는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실과 여당은 의료계를 상대로 의대 정원 확대의 국민적 필요성을 내세워 차분하게 설득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무려 19년간 묶여 있었다”며 “그사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고가 반복되고 지방 의료는 붕괴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정부 여당이 의료수가 개선,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근무 여건 개선 등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여당 내에선 의료계와 대립하면 총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김성주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17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움직임을 환영한다”며 “의대 정원 확대와 같은 국민과 미래를 위해 중요한 정책에 대해 여야 간 진지한 대화나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의료계와의 합의 없이 의대 증원을 확정할 경우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2020년 파업 때보다 더 큰 불행한 사태가 나올 수 있음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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