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문재인의 투자비결 공개? 이런 광고 속으면 안 됩니다
페이스북 리딩방 광고, 새로운 유형 계속 생겨나
광고 통해 리딩방 가입 유도, 사기 위험성 높아
페이스북 "사안 심각하게 보고 있다"지만 소극대처 논란
카카오 신고에 한해 처리, 검열 우려해 먼저 내용 들여다보진 않아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경제전문가와 유명인을 사칭한 소셜미디어 광고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광고에 속아 리딩방에 가입한 사람들이 속출해 '사기'에 노출되고 있다. 이 광고는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클릭하면 어떻게 되는지, 페이스북과 카카오의 입장과 법적 문제 등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구성했다.
- 어떤 광고가 문제인가.
페이스북 등에서 경제전문가나 유명인이 등장해 '주식투자 비법'을 알려주겠다고 하는 광고는 대부분 사칭 광고로 볼 수 있다. 무료로 투자에 도움이 되는 책을 배포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해당 광고는 유명인이나 경제전문가의 권위를 이용해 주목을 끌어 단체 채팅방(리딩방) 가입을 목표로 한다.
- 누구를 사칭했나.
문재인 전 대통령, 김종인 전 의원,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김미경 MKYU 대표, 개그맨 황현희·송은이·장동민씨, 배우 김상중·배용준씨, 연예인이자 사업가 홍진경씨 등을 사칭한 광고가 게재됐다. 외국인 유명 투자자인 피터 린치를 사칭한 경우도 있다.
- 다른 유형의 광고도 있나.
사칭 광고는 점점 발전하고 있다. 초기엔 유명인 사진을 제시하며 “안녕하세요 백종원입니다”라는 식으로 '사진'과 '글'의 조합으로 제작했지만 최근엔 영상을 도용한 사례도 발견됐다. 광고 속 영상에서 김상중씨는 “주식종목 추천부터 주식투자 교육까지, 지금 성공 파트너와 만나십시오”라고 말하고, 자막으로 “링크를 클릭하고 나의 카카오를 추가하고 “8”로 답장합니다”라는 내용이 뜬다. 확인 결과 해당 광고 영상은 2021년 제작된 한 주식정보 서비스 업체의 광고였다. 해당 업체 광고에서 업체 이름을 말하는 대목만 지우고 짜깁기해 만든 것이다.
사칭을 하지 않는 광고도 있다. 논란이 되고 단속이 이뤄지면서 다른 형식으로 광고를 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전쟁을 '주식투자 기회'로 묘사하며 가입을 부추기는 광고도 3건 확인됐다. 한 광고는 “최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이 일어났다”며 “산업과 주가 변동이 부의 자유의 기회가 될 것이며, 똑똑한 사람들은 돈을 버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 채팅방에 가입하면 어떻게 되나.
리딩방의 일원이 된다. 존리 전 대표 사칭 광고를 클릭해 네이버 밴드에 가입해보니 자신을 A대표의 '비서'라고 하는 계정이 메시지를 보낸다. 책 수령을 위해 연락처와 주소를 요구하는데 정보를 입력하면 주식투자 입문서적이 배송된다. 이후부턴 주기적으로 연락이 온다. 단체채팅방에서 투자 종목에 대한 안내가 주기적으로 이뤄진다. '비서' 계정에서 연락해 '주식투자 관련 강의가 있으니 들어봐라', '어떤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려주면 컨설팅을 해주겠다'는 식으로 유도하기도 한다. 해당 네이버밴드에는 1시간 만에 새로 가입된 계정만 20건이 넘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가입하고 있다. 전방위적 광고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 리딩방에 가입시키면 어떤 이익이 있길래 이런 광고를 하는 건가.
이른바 '리딩방 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리딩방 사기'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특정 업체에서 주식을 매수한 다음 투자자들에게 매수를 권유하고 주가가 오르면 매도하는 방식이 있고, 특정 종목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여 돈을 받은 다음 잠적하는 방식,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짜 시스템을 만든 다음 수익률을 허위로 속여 투자를 유도해 돈을 편취하는 방식 등이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905건이었던 불법 주식 리딩 관련 피해 민원은 지난해 3070건으로 급증했다.
- 페이스북은 왜 대응을 하지 않나.
페이스북 운영사인 메타의 한국지사는 단속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메타코리아는 미디어오늘에 “타인을 사칭한 계정은 메타의 정책에 따라 엄격히 금지된다”며 “별도 인력과 기술을 투입해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관련 광고가 늘고 있고, 새로운 유형의 광고들도 생겨났다.
사칭 피해자인 주진형 전 대표가 해당 광고를 신고했는데 페이스북은 '문제 없다'는 판단을 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메타코리아에 문의하니 “개별 사안의 검토 사유에 대해서는 공유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며 “현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사칭 계정 단속을 위해 추가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다. 안전한 플랫폼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 왜 이 광고를 거르지 못하는 걸까.
페이스북 광고는 사전에 일일이 검수하는 방식이 아니다 보니 거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터넷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식 리딩방 광고가 사기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식투자' 관련 특정 키워드 광고를 제한하거나, 집중 모니터하는 식으로 할 수 있음에도 대응이 적극적이지 않다. 해외 소셜미디어 기업이 현지와 달리 국내에 콘텐츠, 광고 심의 및 모니터 인력을 적게 배치하고 관리에 소홀한 문제는 전부터 지적돼왔다.
- 카카오도 논란이 있었다.
카카오톡 채팅을 통해 리딩방이 만들어지고 관련 광고가 유포돼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주진형 전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카카오톡의 경우, 고객센터를 통해 신고했는데도 해당 주소(url)와 진짜 당사자라는 사실을 입증하라는 요구 메일만 받았다”고 지적해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카카오는 어떤 입장인가.
17일 카카오 관계자의 입장을 들어본 결과 주진형 전 대표의 신고의 경우 접수가 어려운 면이 있었다. 주진형 전 대표는 '권리침해' 신고 제도를 이용했다. 특정 게시물이 명예를 훼손하면 피해 당사자가 차단을 요청하는 제도다. 다만 이 경우 당사자인지 확인이 되고, 해당 게시물의 주소(URL)가 분명해야 한다. 주진형 전 대표는 해당 사실을 전해들어 주소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 카카오가 리딩방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
'권리침해' 신고와 별개로 리딩방 관리 책무를 카카오에게 물을 필요는 있다. 카카오에 따르면 오픈채팅방 개설시 관련 '태그'를 막거나 '금칙어' 등 설정을 통해 제한을 두고 있지만 이는 다른 표현으로 대체되고 있다. 카카오는 계속 금칙어를 늘려가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오픈채팅방을 전수조사해야 하지 않냐는 지적도 있는데 카카오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면 규정에 따라 처리하지만 채팅방을 일일이 들여다보는 건 검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 정부는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나.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3일 해당 광고에 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주식투자 등을 유도하는 광고성 불법금융정보 및 초상권 침해 입증 광고성 정보 등에 대해 심의 및 시정요구 중”이라고 했다. 또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는 인터넷게시물 가운데 불법·유해정보를 심의해 차단이나 삭제를 요구할 권한이 있다. 그러나 신고에 기반해 처리를 하고 있고 심의에 시일이 걸려 즉각적 대응이 어려울 전망이다.
- '사칭 광고'가 법적 문제가 되진 않나.
현행법상 '비방할 목적'을 갖고 명예훼손을 한 경우가 아닌 단순 사칭으로는 처벌이 어렵다. 사칭으로 인한 '사기행위'가 성립을 해야 하는데 이를 입증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민사 소송의 경우 당사자가 초상권 침해로 인한 피해를 주장할 수 있다. 현재 피해자들이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단계다. 티엔엔터테인먼트는 17일 “김숙 황현희 홍진경 등 소속 아티스트를 사칭한 SNS 광고가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며 “강력하게 대응할 예정이며, 법적 대응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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