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동아시아의 화약고와 법의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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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의 무력충돌을 계기로 동아시아 화약고가 이목을 끈다.
미국과 그 우방국은 국제법이 보장하는 '항행과 비행의 자유작전'을 통해 중국이 만지작거리는 패를 무력화하려고 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재집권한 후 실시한 이스라엘 정착촌 확대, 팔레스타인에 대한 혹독한 차별은 내부에서도 큰 논란이 됐고 지난여름에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약화하는 조치 때문에 유례없는 대규모 시위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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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의 무력충돌을 계기로 동아시아 화약고가 이목을 끈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포함한 동중국해에서는 국지전의 전조인 대규모 해상훈련, 위협적 근접비행 및 항행, 타국 선박에 대한 강제퇴거, 원색적 상호비난이 일상화했다. 하마스의 재래식 도발에 고무된 북한의 군사행동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은 주요 해상거점과 해상교통로에 대한 통제권 강화를 위해 기정사실화 전략을 쓴다. 미국과 그 우방국은 국제법이 보장하는 '항행과 비행의 자유작전'을 통해 중국이 만지작거리는 패를 무력화하려고 한다. 우리의 대북감시·정찰능력이 문재인정부가 2018년 체결한 9·19 '남북군사합의'에 묶여 있는 동안 북한은 '핵무장 국가' 지위를 '핵무력정책법'과 '사회주의헌법'에 명시했다.
어떤 영향으로 입자들이 서로 과도하게 밀고 당기는 힘을 발휘하게 되면 안정적 균형을 찾을 때까지 상당량의 에너지가 방출되는 것이 물리학의 기본 원리다. 국가간 충돌도 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일부 중국 전문가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위험이 낮다고 본다지만 동아시아에서 전쟁 가능성은 (양자역학 표현을 빌리자면) '양자중첩'(quantum superposition) 상태에 있다. 뚜껑을 열어 직접 보기 전에는 결과를 알 수 없다. 그래도 세계 정세가 불안정하니 마음의 준비는 해야겠다.
우선 서로 입장이 대립하는 당사국간 전쟁 가능성을 인정하자. 평화라는 최선의 결과를 위해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가 마음의 문을 열면 상대방의 마음도 열릴 거라는 희망은 잠시 접어두자. 중국의 대만 침공이나 북한의 도발이 임박하지는 않았지만 다가오는 먹구름이 보이는데 우산 준비는 안 하고 비가 내리지 않기를 바랄 수만은 없지 않은가.
국가간 갈등은 1차로 입자(국가)의 밀도(국력)와 거리에 따른 중력의 법칙을 따른다. 거대한 중력에너지를 내뿜는 패권국에 빨려들어가지 않으려는 노력을 국제정치학에서는 '균형'과 '편승' 전략으로 설명한다. 미중 패권경쟁이 벌어지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친구로 보느냐 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미국과의 동맹강화가 균형 또는 편승전략이 된다. 어쨌거나 '세력균형'(balance of power)을 이뤄야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충돌에서 주목할 점은 이스라엘의 정치 양극화가 그 충분조건을 제공했다는 사실이다. 다인종·다문화 국가인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의 불편한 동거, 이란으로부터의 커지는 위협 속에서 국론이 분열됐다. 경제 양극화 때문에 연대감도 약화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재집권한 후 실시한 이스라엘 정착촌 확대, 팔레스타인에 대한 혹독한 차별은 내부에서도 큰 논란이 됐고 지난여름에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약화하는 조치 때문에 유례없는 대규모 시위도 발생했다. 우리의 집안싸움은 적대국에는 꽃놀이패다. 그렇다고 국론통일을 부르짖는 것은 아니다. 다양성 존중도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다만 링 밖이 아닌 링 위에서 서로의 다름을 다투면 된다. 그 '링'은 '법의 지배' 원칙이다.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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