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운전자 ‘혐의없음’ 불송치

경찰 “국과수 감정 결과 한계”
운전자 과실 증거 부족 결론
유족 “관련 법 개정 절실”

▲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손자를 잃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된 60대 할머니가 20일 첫 경찰조사를 마치고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경찰서를 떠나고 있다. 2023-05-23 자료사진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손자를 잃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된 60대 할머니가 경찰로부터 혐의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사고 책임소재를 둘러싼 민사 소송에서는 법원이 선정한 감정기관의 결과가 모두 국과수와 상반된 결과가 나오면서 향후 법원의 판단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강릉경찰서는 최근 강릉 급발진 의심 사건관련 A(68)싸를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없음’ 불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당초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감정 결과를 통해 제동 계열에 작동 이상을 유발할 만한 기계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아 A씨의 과실을 인정했다. 국과수는 “운전자가 사고 직전 기어를 D→N으로 바꿔 가속페달을 밟았고, 이후 D로 전환하면서 모닝 차량을 추돌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가 실제 엔진을 구동해 검사한 결과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국과수 분석 결과를 A씨의 과실에 의한 사고임을 뒷받침할 자료로 삼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관련 소송 원고(운전자)측은 “최근 감정인을 통해 진행된 ‘차량 블랙박스 음향감정’에서 ‘기어 조작음 전혀 없음’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원고 측은 “실제 운전자가 기어를 조작했던 음향이 있는지를 피고측과 함께 사고 차량과 같은 연식의 차량에 탑승해 D→N→D 변속 주행 중에 변속기어를 작동해보고 샘플링을 추출했다”며 “이후 블랙박스 영상 속에 녹화된 음향과 비교한 결과 기어 조작음이 전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A씨 측 변호를 맡은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는 “급발진 의심 사고 형사사건에서 경찰이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채택하지 않고, 불송치 결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최초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나온 EDR데이터 감정 결과도 운전자과실을 지적한 국과수 결과와 달랐다. 원고 측은 “EDR 전문 감정 결과 변속장치에 이상이 없었다면 시속 110㎞에서 운전자가 풀악셀을 밟았을 경우 평균 140㎞이상의 속도가 나와야하고, 운전자 차량의 경우 1차 사고 를 감안해도 125㎞ 이상이 나와야한다는 분석이 나왔다”며 “그러나 사고 차량 기록 장치에는 마지막 사고 5초전 110㎞ 속도에서 5초 후 속도는 116㎞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현재 원고 측은 변속장치 손상 여부와 관련 보완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고(故) 이도현 군 아버지 이상훈 씨는 “운전자 과실로 결론 낸 국과수와 달리 음향학적 분석 결과 상반된 내용의 결과로 어머니에게 과실이 없다는 사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졌다”며 “자동차의 결함으로 급발진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정받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유가족이 직접 제조사와 싸워야한다는 사실이 불합리하다”며 “제조물 책임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 권성동(강릉) 의원은 17일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할머니와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연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