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vs 이준석' 10년 악연…원색 비난 오고 간 이유
安 "응석받이" vs 李 "아픈 사람"…거친 설전
2018년 바른미래당 합당 뒤 갈등 폭발
"정치적 공방이라기엔 감정이 앞서"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정치권 대표적인 물과 기름 사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완패한 이후 두 사람의 말 폭탄 수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안 의원은 이 전 대표를 "응석받이"로 이 전 대표는 안 의원을 "아픈 사람"으로 치부하며 한 치도 물러섬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 두 사람의 설전 배경엔 지난 보궐선거 유세 과정 발언에서 비롯했다. 이 전 대표가 안 의원을 향해 강서구청장 지원 유세 당시 유권자에게 욕설을 했다고 주장했고, 안 의원이 이를 가짜뉴스이자 해당 행위라고 반박하면서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두 사람의 악연에서 최근의 원색적 비난이 오고 간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 전 대표는 2011년 12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으로 깜짝 발탁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이 전 대표를 '리틀 안철수'로 칭했다. 그가 안 의원처럼 이과 출신 정치인이면서 벤처기업 창업 경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안철수 교수와 저를 비교하는 건 억지 프레임"이라며 달갑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 사람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을 무대로 맞붙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자신을 "고향으로 돌아온 후보"라고 강조하며 안 의원을 겨냥해 "보궐선거에서 연고도 없이 빈자리를 찾아왔던 후보"라고 비판했다. 결과는 이 전 대표의 완패였다. 안 의원 득표율은 52.33%를 기록했지만 이 전 대표는 31.32%에 그쳤다. 이 전 대표는 "당선된 후보에게 축하를 드리고 앞으로 더 나은 성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정진하겠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후 두 사람에겐 특별한 접점이 없었다. 그러다 2018년 한 지붕 아래 한솥밥을 먹게 됐다. 이 전 대표가 속해 있던 바른정당과 안 의원의 국민의당이 '바른미래당'으로 합당하면서다. 같은 정당에 몸담았지만, 동시에 두 사람 사이가 본격적으로 틀어지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이 전 대표는 2018년 6·1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노원병 지역에 출마하고자 했다. 유승민계(바른정당)는 이 전 대표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안철수계(국민의당)는 이를 마뜩잖게 생각했다. 노원병 지역이 안 의원 지역구인 만큼 안철수계가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노원병 지역의 공천 여부가 보류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이 전 대표는 당시 "결국 부메랑은 본인에게 간다"며 안 의원에게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 과정에서 이 전 대표는 "내게 서울시장 후보 캠프 대변인직을 제의하며 불출마를 권고했다"며 안 의원이 경선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안 의원은 "절반 정도만 공개된 것"이라며 "나머지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맞섰다.
안 의원과 이 전 대표 간 앙금은 선거 이후 폭발했다. 당시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사석에서 안 의원을 향해 "X신" "안철수 때문에 사람이 둘 죽었어" "안철수가 대선후보 될 때까지 주변에서 얼마나 도와주고 했겠어, 인간 수준이 안되는 거거든"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 전 대표는 사석에서 나눈 대화라고 반박했지만, 당 윤리위는 이 전 대표에게 당직 직위해제를 결정했다.
두 사람은 이후 선거 때마다 갈등을 빚었고 악연의 고리는 더욱 단단해졌다. 안 의원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난항을 겪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해 "후보 뒤에 상왕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노골적으로 타당에 대해 이간질을 시도하고 있다"며 "본인을 조종하는 여자 상황제가 있단 말은 들었냐"고 힐난했다. 안 의원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를 '상황제'에 빗댄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더팩트>에 "안 의원과 이 전 대표는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고, 틀어질 대로 틀어진 사이"라며 "이번뿐 아니라 앞으로 두 사람의 공방은 정치적이라기보다는 감정에 우선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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