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어디까지가 스포츠일까

올림픽·아시안게임 대회 종목
바둑·전자게임·브레이킹 등 채택
전통적 개념과 달라 논란 있어
결국 상품성이 종목 선택 좌우

최근 막을 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많은 이야기와 감동을 남겼다. 대회 초반 한국 수영이 매일 분전하며 6개나 되는 금메달을 가져온 것부터 기분을 좋게 했다. 여기에 부상 투혼을 보인 배드민턴 여자 단식의 안세영이나 축구나 야구처럼 대회 막바지 우승의 기쁨을 선사해 준 선수들의 활약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취미로 시작해 국가대표까지 된 뒤 은메달을 2개나 목에 건 양궁 컴파운드 주재훈, 그리고 북한 선수들에 밀려 동메달을 땄지만 너무나 기뻐하면서 격의 없는 인터뷰로 경직된 북한 선수들마저 웃게 한 여자 역도 76㎏급 김수현의 발랄함도 기억에 남는다.

그런 한편으로 새롭고 흥미로운 장면들도 많았다. e스포츠 스트리트파이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40대 아저씨 김관우가 엄마에게 등짝을 맞아가며 들은 잔소리에도 오락실에 갔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인터뷰를 듣는 생소한 경험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비보이 출신 김홍열이 브레이킹에서 당당히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가 된 것도 신기했다. 이런 일들은 20여년 전 처음 스포츠 분야 취재를 시작했을 당시 상상도 할 수 없었기에 격세지감이 든다. 전자오락이 그리고 비보잉이 스포츠라는 카테고리에 묶여 국제종합대회에 섞이는 시대가 된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어디 이뿐인가.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바둑, 체스에 카드게임인 브리지 등도 두뇌스포츠라는 명목으로 메달을 다투는 어엿한 정식종목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송용준 문화체육부장

그렇다면 과연 어디까지가 스포츠일까 궁금해진다. 일단 표준국어대사전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개인이나 단체끼리 속력, 지구력, 기능 따위를 겨루는 일’이라고 스포츠를 정의한다. 옥스퍼드 사전에서는 ‘보통 특별한 영역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실행되는 육체적인 노력이나 기술을 필요로 하고 즐거움을 위해 하는 활동’이라고 스포츠를 설명한다.

좀 더 학문적으로 스포츠의 개념을 살펴보자. 박성주 국민대 교수가 자신의 논문에서 많은 학자의 연구를 종합해 뽑아낸 스포츠의 특성은 신체성, 경쟁성, 유희성, 대중성, 제도화, 규칙 등이다. 이런 특성으로 본다면 신체활동을 통해 상대와 경쟁하면서 재미를 줘야 하고 많은 이들이 즐기면서 양식화나 표준화된 형식 속에 정확한 규칙이 있는 것이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두뇌스포츠 종목들이나 e스포츠, 브레이킹이 이런 조건들을 충족할까. 당장 바둑과 체스 같은 두뇌스포츠와 e스포츠는 신체성이란 스포츠 특성에 배치되는 듯하다. 제 자리에 앉아서 손만 움직이는 정도의 활동성이 과연 스포츠인가 라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어 보인다. 브레이킹의 경우 주관성을 벗어난 객관적인 평가가 과연 가능한가라는 점에서 제도화라는 요소에서 약점이 나타난다.

하지만 반박도 가능하다. 바둑과 체스 등은 우리가 익숙한 체육활동 같은 신체적 움직임은 없지만 경기 내내 치열한 두뇌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두뇌활동이 분명한 신체활동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기에 신체성 요소가 존재한다는 주장을 무시할 수 없다. e스포츠의 경우 빠른 동체시선을 통한 관찰력과 판단력 그리고 조이스틱이나 마우스·키보드를 현란하게 조작할 수 있는 민첩한 손놀림 등 적지 않은 신체활동이 요구된다. 다만 역동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스포츠라는 일반적인 상식선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브레이킹의 경우는 조금 더 논란이 많아 보인다. 아직도 예술적인 측면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 영역이 남아 있고 그에 따라 규칙의 공정성 문제도 제기될 여지가 여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박성주 교수는 지적하고 있다.

어쨌건 2024 파리 올림픽에는 두뇌스포츠나 e스포츠는 빠지고 브레이킹만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상황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젊은층이 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잃어가는 것을 우려하며 지난 도쿄 올림픽부터 스케이트보드, 클라이밍, 서핑 등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활동들을 정식종목으로 채택했고 이는 다음 올림픽에 브레이킹까지 확대됐다. 결국은 국제대회에서 정하는 스포츠의 영역은 인기를 끌 수 있는 ‘상품성’이라는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송용준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