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부족한 의사, 얼마나 어떻게 늘려야 하나
필수 분야·지방서 의사 할 수 있게 개선 필요
우리나라는 의사가 턱없이 부족하다. 의사협회는 20여년째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우기지만, 통계와 연구결과, 최근 의료대란, 치솟는 의사 몸값 등 이 모든 것들이 우리나라에 의사가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셋째, 의료대란. 2022년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매일 20명 넘는 응급환자가 ‘응급실 뺑뺑이’를 겪고 있고, 이 중 한두 명은 골든타임을 다투는 중증 응급환자이다. 소아진료는 더 심각하다. 대부분 대학병원인 상급종합병원 45개 중 24시간 소아응급환자를 볼 수 있는 병원은 12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넷째, 치솟는 의사 몸값. 지난 10년간 의사 수입은 대학교수를 포함해 월급을 받는 의사는 1.5배, 개원한 의사는 1.9배 늘어났다(2019년 기준). 그 결과 우리나라 의사의 수입은 전 세계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 되었다. 최근 지방 병원에서 연봉 4억원으로도 의사를 못 구하는 것을 보면 지금 의사 몸값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대 정원만 늘린다고 응급환자와 중환자를 보는 필수 의료와 지방의 의료체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을 막을 순 없다. 새로 배출된 의사들이 필수 의료분야에서, 지방에서 일할 수 있도록 의료체계도 함께 개편해야 한다.
필수 의료분야 의사를 늘리려면 먼저 이들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24시간 365일 응급환자와 중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체계가 유지되려면 병원이 진료과목별로 적어도 6~7명의 전문의를 고용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이렇게 전문의를 고용해도 병원이 손해가 나지 않도록 건강보험 수가를 인상하면서, 의료인력 기준을 맞추는 것을 조건으로 하면 되는 일이다. 이와 함께 힘들게 응급환자와 중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역시 정부가 건강보험 수가를 올려주면서 이 중 일정한 금액을 병원이 의사와 다른 의료진의 수당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하면 된다.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다. 밤에 심장병, 뇌졸중 환자가 ‘응급실 뺑뺑이’를 겪는 이유는 응급환자 수에 비해 응급센터로 지정된 병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의사 수에 비해 병원이 너무 많다 보니 부족한 의사가 여러 병원으로 분산된다. 병원당 2~3명밖에 안 되는 의사로는 365일 당직을 설 수 없으니, 낮에는 병원이 너무 많은데 밤에는 정작 응급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는 무의촌이 된다. 백화점처럼 모든 환자를 다 보겠다고 하는 대학병원과 종합병원들을 환자 수요에 맞게 응급, 심장, 뇌, 소아와 같은 분야별 센터로 구분해서 지정해 의사 인력도 모으고 환자도 집중시키면 의사 인력 부족도 해결하고 의료의 질도 높일 수 있다.
지방 의료체계가 붕괴하는 것을 막으려면 국립의과대학에 늘어난 의대 정원을 대부분 배정하고, 국립대병원이 자기 시도의 필수의료체계를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국립의대가 지역 출신을 더 많이 뽑고, 대학병원을 벗어나 동네 병·의원에서 학생들이 교육을 받도록 하고, 지역에 필수 의료를 담당하는 종합병원에도 전공의와 교수도 보내고 환자도 주고받도록 할 수 있다. 이렇게 지역 의료체계를 개편하지 않고 의대 정원만 늘리면, 대형병원 환자 쏠림이 심해지고 수도권 출신 의사만 늘어나는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김윤 서울대 교수 의료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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