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희의동행] 삶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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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명은 유한해서 언젠가는 죽기 마련이다.
탄생의 순간에 숙명적으로 죽음이라는 파국을 안고 태어나는 것이다.
삶에서 가장 공평한 것 하나를 꼽으라면 죽음을 들 수 있다.
죽음 뒤에 오는 나의 모습은 생전의 나를 대변하는 것이니, 죽음은 삶의 거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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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생각해보면 역설적으로 죽음이 없는 삶은 더 끔찍할 수 있다. 끝없는 삶은 축복이기보다 차라리 저주처럼 들리기도 한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삶과 죽음의 문제에 천착했고, ‘죽지 않는 사람’이란 작품을 통해 불멸의 끔찍함을 이야기했다. “나는 조용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행복해하면서 피가 천천히 방울지는 아름다운 과정을 지켜보았다.” 이어 “나는 다시 죽는 존재가 되었어.” 드디어 죽음을 맞게 된 소설 속 주인공의 기쁨에 찬 표정과 독백이 보이고 들리는 듯하다. 주인공은 불멸을 원해 영생의 샘물을 마셨지만 끝없이 되풀이되는 삶에 회의를 느끼고 다시 죽기를 소망했다. 그렇듯 불멸의 삶은 오히려 삶의 역동성과 의미를 저해한다.
요 며칠 사이 들려온 두 사람의 죽음이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한 사람은 불혹의 나이를 넘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다른 사람은 92세, 천수를 누리다 세상을 떠났다. 한 생애의 끝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사람들이 보이는 애도의 방식에서는 두 죽음이 너무 다르다. 어느 죽음인들 안타깝고 구슬프고 애달프지 않을까마는 전자의 죽음은 죽어서도 편치 않다. 애도도 있지만 그보다는 원망이 더 크다. 그에 반해 후자의 죽음은 사람들에게서 아쉬움과 존경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92세, 천수를 누린 그는 세계의 갑부였고, 평생을 근검절약하며 살면서 10조원이 넘는 재산을 사회에 기부했다. 기부하면서도 그는 자신이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바로 척 피니의 이야기다. 그의 죽음은 한 개인의 종말이자 사회의 손실이며 상실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죽음이 불러오는 사람들의 반응이 많은 것을 시사한다. 죽음은 삶의 완성이라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지나온 삶을 반영한다. 죽음 뒤에 오는 나의 모습은 생전의 나를 대변하는 것이니, 죽음은 삶의 거울인 셈이다. 기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한 존재가 살아서 스스로 이어 갈 서사의 영속성만 끊어질 뿐이지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끊임없이 소환되고 회자되며 그렇게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니 더 두렵지 않은가. 남은 시간 동안 잘 살아야겠다.
은미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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