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對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에 저사양 AI반도체 추가

미국 정부가 저사양 인공지능(AI)용 등 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등 이전보다 수출 통제 수위를 강화했다. 중국의 제재 우회를 막기 위해 마카오에 본사가 있거나, 미국의 무기금수 조치 대상인 회사로 반도체 장비 등을 수출하는 것도 통제된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 상무부는 17일(현지시간)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추가로 발표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상무부는 이날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이 설계한 일부 AI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무부는 AI 반도체에 대한 ‘성능밀도’ 기준을 추가해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반도체인 A800과 H800의 수출을 통제하기로 했다. 해당 반도체는 엔비디아가 대중 수출통제를 피하기 위해 기존 A100칩보다 성능을 낮춘 것으로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아예 틀어막겠다는 의도록 풀이된다. 상무부는 이날 중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인 무어 스레드와 비렌을 거래 제한 명단(블랙리스트)에 포함했다. 

상무부는 미국의 무기금수 국가에 반도체 장비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라이선스를 받도록 했다. 무기금수 대상 국가는 아프가니스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등 21개국이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수출통제는 명백한 국가 안보 또는 인권과 관련된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다수의 반도체는 제한을 받지 않을 것이지만 국가 안보 또는 인권 위협을 확인할 때 우리는 단호하게 그리고 동맹국들과 협력해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몬도 장관은 전날 사전 브리핑에서도 중국의 군사 분야에서 AI 기술을 사용한 차세대 군사 기술 발전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은 우리가 평가하고 통제해야 하는 혁신 기술의 가장 명백한 사례”라면서 “인공지능이 잘못된 사람이나 잘못된 군대에 들어가면 엄청나고 심각한 해를 끼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러몬도 장관은 특히 지난해 10월 발표한 반도체 수출통제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매년 규정을 업데이트할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7일 미국 기술을 사용한 첨단 반도체 장비나 인공지능 칩 등의 중국 수출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수출통제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 내지 14㎚ 이하) △18㎚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 기업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AI 반도체 수출 금지 범위를 더욱 넓히는 것으로 기존 AI 첨단 반도체 연결 속도를 기준으로 제한하던 것을 총괄적 기능으로 기준을 상향하는 조치”라며 “한국의 경우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한국 기업에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방식으로 미국 반도체 장비의 중국 공장 반입 등에 대해 무기한 제재 유예 조치를 한 바 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