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딱지를 자꾸만 파는 아이[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그러나 그보다 더 흔한 이유는 지루하고 심심하기 때문이다. 지루하고 심심할 때 그 시간을 콧구멍 파는 행위를 하면서 보내면 좀 덜 지루하다. 또 무언가 긴장되거나 스트레스가 있을 때, 이것을 좀 줄이기 위해서 이런 행동을 하기도 한다.
특수한 경우도 있다. 알레르기 비염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코 안이 무언가로 꽉 찬 것 같고, 점막이 부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불편함으로 코를 파기도 한다. 비염 때문에 콧물이 말라 코딱지가 되어 콧속을 꽉 채우고 있으면 답답하다. 이를 제거하려고 코를 파기도 한다. 또한 냉방이나 난방으로 실내 공기가 건조해져서 콧속이 말라도 불편함을 느껴서 코를 파기도 한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콧구멍을 파는 행위는 손톱을 물어뜯는 것과는 다르게 나이가 들면 대부분 없어진다는 사실이다. 어른들도 어릴 때 콧구멍을 파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다른 여러 가지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콧구멍 파는 일에 흥미가 없어진다. 친구들이 콧구멍을 판다고 놀리거나 친구들에게 무언의 압력을 받기도 하며, 스스로 창피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스스로 안 하게 된다.
그럼에도 아이가 조금 더 빠르고 안전하게(?) 콧구멍 파는 행동을 졸업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필요한 것은 “콧구멍 좀 그만 파라”는 말을 참는 것이다. 아이가 공공장소나 여러 사람 앞에서 콧구멍을 파서 설사 부모를 창피하게 하더라도 사람들 앞에서 지적을 하거나 잔소리를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이를 압박하거나 혼을 내서 그 행동을 못 하게 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는 콧구멍을 파는 그 순간 자기 행동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때가 많다. 혼을 내고 잔소리를 하는 것은 잠깐 효과가 있을 뿐 근본적으로 아이를 도와주지 못한다. 도리어 부모가 무언가 자기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준다고 생각해 스트레스가 많아지면서 콧구멍을 더 파게 되는 악순환을 겪을 수도 있다.
코를 판다든가 귓구멍을 쑤시는 아이의 행동은 보기에 안 좋고 때로는 창피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근본적으로 크게 해가 없는 한 창피를 주거나 완력을 써서 지나치게 바로잡으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부모가 바로잡으려고 애쓸수록 아이는 그것에 더 매달리게 된다. 아이들은 부모가 지나칠 정도로 압력을 행사해서 뭔가를 꺾으려고 들면, 무의식적으로 이것을 가지고 부모와 힘겨루기를 시작하게 된다. 부모가 싫어하는 행동을 계속하는 것으로 때로는 승리감을 맛보기도 하기 때문에 그 행동을 더 계속할 수 있다.
다음으로 신경 썼으면 하는 것은 아이의 손을 심심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보통 아이가 콧구멍을 파는 상황을 보면 TV 시청을 할 때라든가 차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할 때 등 무료해할 때가 많다. 미리 손을 계속 움직일 수 있는 말랑말랑한 공을 준다든가 손가락 인형을 손가락에 끼워서 놀게 해주면 도움이 된다. 대체물들을 통해 아이가 그 시간 동안 콧구멍을 후비지 않고 보내게 하는 것이다.
비염이 있거나 코피가 자주 나서 딱지가 생기는 경우에는 근본적인 문제를 치료해 줘야 한다. 이 외에 방 안 공기가 건조해도 콧구멍을 후빌 수 있으므로, 방 안의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도록 한다. 또한 코가 답답할 때는 손가락으로 콧구멍을 파는 대신에 휴지나 손수건을 사용하라고 가르쳐 준다. ‘흥’ 하고 코를 푼 다음 코를 닦아내면 코딱지가 덜 생긴다는 것도 알려준다. 그리고 평소 손톱을 짧게 깎아주고 손을 자주 씻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손으로 좀 더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퍼즐을 맞춘다든가, 블록으로 집을 만든다든가, 찰흙놀이를 통해 무언가를 만드는 활동들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것들은 콧구멍 후비는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 자연스럽게 옮겨가게 되어 있다. 그러니 지금 당장 눈에 거슬린다고 화를 내거나 지나치게 잔소리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이들의 행동에 좋은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것은 가르쳐주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부모의 따뜻한 사랑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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