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 기대하는 것[기고/정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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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마지막 국감이 10일부터 27일까지 18일간 이어지는 중이다.
농부는 가을철 수확으로 1년 농사를 짓고, 국회의원은 국감으로 한 해 의정 활동을 가늠한다.
국민도 국감에 집중해 최소한의 흥행을 보장한다.
문제의 핵심은 국감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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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은 왜 국감에 정책 화력을 집중하는가. 한마디로 말의 무게가 실리는 특별한 권능 때문이다. 국정 성과를 담는 그릇인 입법·예산·정책이 국감을 계기로 새로 형성되거나 폐기 등을 겪는 것은 다반사다. 무엇보다 헌법, 국정감사법, 증언감정법이 든든히 뒷받침한다. 국가기밀, 사생활 비밀, 형사소추 목적을 제외한 모든 것이 국감 대상이라 범위가 넓다. 증인출석과 자료 제출 요구권도 광범하다. 불출석과 위증 처벌 실례는 관련자의 긴장감을 조성하며, 기업인 등의 출석을 가능케 하고, 진술의 신뢰성을 후원한다. 여기에 언론의 관심은 흥행 촉진제다. 국민도 국감에 집중해 최소한의 흥행을 보장한다. 국회의원에게도 국감의 값어치는 더할 나위 없다. 때때로 정책연출 능력을 의심받지만, 스타 정치인으로 떠오를 무대로는 국감이 제격이다. 더욱이 내년 4·10총선 공천에 반영될 수 있는 만큼 이번 국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감은 제작 연륜에 비추어 작품성은 여전히 부족하다. 때론 정책의 우수성과 흥행성에도 불구하고 의원과 증인의 태도 등으로 국감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문제의 핵심은 국감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고 본다. 대의정치의 본령에서 짧은 기간의 국감은 가시적(可視的)이고 경험적인 국민의사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지만, 잠재적이고 추정적인 국민의사를 어떻게 충실히 반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오랜 관행인 소통 아닌 호통, 정책 아닌 정쟁, 다음 세대 아닌 다음 선거, 상호 지혜를 모으기보다 들이받기는 대의에 충실하도록 위임한 국민의 뜻과 멀다. 국민은 호통이 진심이든 대화의 기술이든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저렴한 의견을 국민의사의 대변인 양 포장하면 국감은 물론이고 당사자 인격과 국가 및 국민의 품격까지 낮춘다.
물론 국감은 국회 권한 중 무엇보다 뾰족하고 특정 시기에 집중된 권한이라 겸손보다 불손, 품질보다 갑질, 품격보다 저격, 책임보다 챙김에 익숙하기 쉽다. 그러나 국회는 국민과 헌법이 세계적으로 희소한 권력을 부여한 취지를 깊이 새겨야 한다. 국민 눈높이가 아닌 관행과 결별하고 국감을 혁신해야 정책 품질을 높이고,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해법은 간단하다. 국가와 국민 입장에서 가다듬으면 국감은 본령을 찾아간다. ‘정치꾼(politician)’은 한쪽, 극(pole)의 입장을 대변한다. ‘정치가(statesman)’는 본질적으로 국가(state)를 품은 사람이다. 하지만 지역과 표에 기반한 현실 정치인에게 정치가를 요구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쪽과 지역이익을 대변하는 일에서는 멀어지고, 국가 및 국민 이익에는 좀 더 가까워지라는 요구의 균형점 그 어디라면 가능할 것이다.
정환철 국회사무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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