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취재, 총알도 아닌 로켓포가 머리 위로"

최승영 기자 2023. 10. 17. 22: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취재 기자들

이도성 JTBC 기자는 이스라엘 벤구리온공항에 9일 오전 10시 반쯤(현지시각) 도착했다. 시차를 고려하면 JTBC ‘뉴스룸’ 방송 3시간 전이었다. 자칫 하루 후에나 메인뉴스에서 현장 중계를 전할 상황. 그런데 촬영장비가 안 나오고 있었다. 황현우 영상취재 기자를 남겨두고 입국장을 나가 혼자 출국장으로 향했다. 이스라엘을 빠져나가려는 인파를 휴대폰으로 스케치했다. 통신장비가 오기로 예정된 숙소로 둘은 얼른 넘어가야 했다. 평소 교통정체로 1시간 거리, 도로에 차가 없어 20여분이 걸렸다. 번화가인 숙소 앞에도 사람이 없었다. 현장 중계 포인트를 잡고, 문을 연 ‘테이크아웃’ 음식점 직원을 인터뷰했다. 이날 밤 8시(한국시각) 라이브. 이 기자는 “저는 지금 텔아비브의 중심가에 나와 있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며 전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여러 언론도 취재진을 급파해 현지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머문 3박4일간 이 기자는 리숀레지온, 아슈켈론, 벤구리온공항, 예루살렘 등을 다니며 불탄 자동차, 무너진 건물, 구멍 뚫린 베란다 등 참상을 리포트로 전하고 현장 중계를 했다. 국적기로 돌아가는 한국인, 캠프로 집결한 청년 예비군, 피격을 겪은 주민 목소리도 담았다. 가자지구에서 불과 5km 떨어진 스데로트 등에선 총알이 아니라 “로켓이 머리 위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는 “피해야 되나 했는데 경찰과 군인이 보고만 있었다. 대부분 요격되고 근처면 공습경보가 나온다고 하더라. 로켓포 촬영 후 취재를 마쳤다고 생각하고 숙소이동을 위해 차에 탔는데 갑자기 방송이 나오고 군인, 경찰, 외신기자 모두가 뛰었다. 방공호로 달리는데 와중에 황현우 선배가 촬영버튼을 눌러 대피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샤아르하네게브 34번 도로와 232번 도로 교차로가 전선인데 근처 취재를 하다 갑자기 경보가 울렸다. 방공호와 거리가 있어 돌담 밑에 엎드려 얼굴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그땐 무서웠다”고 덧붙였다.

13일 귀국 후 2시간여 만에 방송에 출연해 두 기자는 ‘로켓포로 오해받을까 소형 카메라를 가져간 이야기’, ‘현지 상황’, ‘쉽지 않았던 취재여건’ 등을 전했다. 이 기자는 16일 통화에서 “보도국이 판단해 취재 가치가 있다고 하면 누가 가든 최대한 만들어오는 게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예전 ‘한국도 선진국인데 해외 상황을 더 많이 보도해야 한다’는 튀르키예 언론인 말이 인상적이었는데 기회가 됐고, 무서워서 못 간다고 할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이어 “앉아서 보는 게 아니라 직접 현지상황을 전할 수 있어 좋았다. 해외 유명언론이 취재한 데까지 저희는 물론 국내 여러 언론이 취재한 게 뜻깊게 느껴진다”고 부연했다.

손령 MBC 파리 특파원도 2박3일 이스라엘 현지 취재를 통해 지난 11·12일 리포트를 전하고 사전 녹화를 통한 현장중계 등을 했다. 9일 아침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해 이스라엘로 곧장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공항피격 소식에 인접국을 경유하기로 했다. 10일 새벽 5시(현지시각) 요르단에 입국했지만 국경은 막혀 있었다. 무한정 대기를 하다 이날 오후 아시아인 취재진에게 잠시 문이 열려 이스라엘에 들어갔고 그날 오후부터 취재했다. 그는 16일 통화에서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인 나라라면 외신만 받아쓸 게 아니라 직접 취재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 발제했고, 파리 특파원이 가는 게 맞다고 봤다”고 지원배경을 밝혔다.

텔아비브로 들어가 가자지구 접경지대, 이스라엘 중부, 예루살렘, 가자지구 남쪽, 서안지역을 다니며 취재하고 13일 파리로 돌아왔다. 그는 “현지 주민들도 이렇게 심각한 적은 없었다고 했는데, 언제 어디서 피격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분위기를 일상으로 염두하고 말하는 게 충격적이었다”면서 “다치면 회사와 대사관 등에 민폐가 될 수 있다. 현지 코디나 스태프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이 분들을 책임질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쉬움이 남은 취재인데 전쟁이 장기화되면 다시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추이를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튀르키예 지진’처럼 국내 기성언론이 직접 취재진을 보내 현지 소식을 생생하게 전하는 ‘국제뉴스’ 사례는 최근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가 전체가 전장이 된 이번 사태에 JTBC와 MBC 외 조선일보 정철환 유럽 특파원, 연합뉴스 김상훈 카이로 특파원, KBS 김귀수 베를린 특파원, SBS 이종훈 기자 등이 현지 취재 중이거나 다녀온 상황도 같은 궤에 놓인다. 직접 취재한 국제뉴스 증가는 긍정적 일면이지만 타국 ‘재난’·‘전쟁’ 보도 경험치가 축적되지 않은 국내 언론현실에선 과제가 남는다.

해외 재난 취재를 다녀온 한 기자는 “외신기자들은 준비물품이나 대응법 등 관련 교육을 받고 들어온다는데 저만 해도 기자 안전을 위한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고 국내 언론 대부분이 비슷하리라 본다”면서 “나라 위상에 맞춰 국제뉴스에서 직접 취재 분이 늘어가야 할 텐데 경영상 이유로 특파원은 줄인 언론환경에서 직접 취재 분과 외신을 조화하는 데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했다.

Copyright © 기자협회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