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도 추석도 죽쒔다...K관객은 호락호락하지 않아[MK무비]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3. 10. 17.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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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 위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위기를 넘어 초토화다. 사실상 ‘밀수’만 웃었던 살벌한 여름대전에 이어 추석 빅3는 전멸이다. 대박도 아닌, 말 그대로 ‘본전 회수’인 손익분기점 도달에도 모두 실패한 것.

지난 달 27일 극장가 대목 중 하나인 추석 시즌을 맞아 3편의 한국 영화가 맞붙었다.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와 ‘1947보스톤’, ‘거미집’이다.

연휴 기간 내내 승기를 잡았던 ‘천박사’(감독 김성식)는 세 작품 가운데 가장 선방했지만, 18일 기준 누적 관객수 약 186만명에 그치며 사실상 손익분기점(약 240만) 돌파에 실패했다. 승리하고도 웃을 수 없는 ‘웃픈’ 결과다.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의 경우는 출혈이 더 심각했다. 태극 전사들의 실화를 담은 작품은 약 92만 관객 동원에 그쳤다. 빅3 가운데 가장 많은 제작비(210억)를 들인만큼 손익분기점이 무려 450여만이었지만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특히 하정우는 여름대전 ‘비공식작전’에 이어 ‘1947 보스톤’까지 잇따라 흥행 참패를 겪으며, ‘충무로 흥행 보증수표’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졌다.

거장 김지운 감독과 글로벌스타 송강호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거미집’은 30만명이라는 가히 충격적인 성적표로 관계자들도 한 숨 짓게 했다. 손익분기점(약 200만명)에 단연 못 미치는 수치요, 김 감독은 전작 ‘인랑’(2018)에 이어 또 한 번 높음 명성에 금이 갔다.

젊은 메가폰의 활약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느새 극장가는 손익분기점만 넘어도 환호하는 분위기다. 본전만 해도 감사한 처지에 놓인 것. 그렇다보니 손익분기점 100만대로, 앞선 대작들에 비해 낮은 손익분기점의 (리스크가 적은) 중저예산 영화들이, 그 중에서도 젊은 메가폰의 활약이, 귀하디 귀한 웰 메이드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앞서 ‘봉준호키드’ 유재선 감독은 입봉작인 스릴러 ‘잠’으로 손익분기점(약 100만)을 훌쩍 넘은 약 170만 관객을 동원해 세대교체를 알렸고, 상대적 약체였던 로코 ‘달짝지근해 :7510’은 손익분기점(약 165만)에 근접한 140만여명을 동원하며 기대 이상으로 선방했다.

지난 3일 개봉 이후 1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30일’ 역시 약 125만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인 160만명에 근접해가는 중이다. (송중기의 ‘화란’, 엄정화의 ‘화사한 그녀’의 경우는 톱스타를 내세운 중저예산 영화임에도 등장과 동시에 안타까운 퇴장 수순을 밟고 있지만.)

약 380만이란, 높은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여름대전의 피날레를 장식한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메가폰 역시 전작 ‘가려진 시간’으로 데뷔해 이제야 두번째 상업 영화에 도전한 젊은 메가폰 엄태화 감독이었다. 지난해 ‘범죄도시2’(2022)에 이어 올해 ‘범죄도시3’까지 쌍천만이란 대기록을 세운 이상용 감독 역시 ‘범죄도시1’(2017)의 조연출 출신의 신예 메가폰.

이처럼 스타 배우・거장 감독의 조합만으론, 그럴듯한 외피만으론 더이상 흥행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 시대다. 극장가완 별개로 다양한 장르와 한계 없는 소재, 다채로운 인재풀로 빠르게 성장 중인 OTT 시장을 보더라도, 웰 메이드 애니의 무서운 신드롬을 보더라도, 해답은, 결국 입소문의 원동력은 ‘콘텐츠’의 힘이요, 창작자의 (재능 못지 않은) 시대 감각·열린 오감에서 나온다. 제대로 참신하든, 날카롭게 니즈를 파악하든, 대체불가 확실한 강점을 지녔든, 넘사벽 웰메이드든 뭐 하나는 명확해야 한다.

말로만 읊는 그들만의 공동 작업·오픈 마인드·건강한 이야깃거리가 아닌 진정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다방면으로 뛰어야 할 때다. 숫자로 말하는 젊음, 그 이상의 무엇으로 초심을, 말랑 말랑한 감각을 되찾아야할듯하다. 눈과 귀를 활짝 열고, 우리끼리 아닌 넓은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티켓값은 비싸고, 시간은 그보다 더 값지고, 무엇보다 한국 관객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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