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로 건강·기부 다 잡아…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어요”
대전 나눔리더 1호 이종호씨
금주·금연 등 새해다짐 연계
성공하면 적립금 모아 기부
“일상 속 기부 습관이 중요”
근로복지공단 대전병원에서 근무 중인 이종호씨(48·사진)는 새해 소망과 연계한 기부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기부 트렌드를 바꾸고 있는 ‘기부 전도사’다. 그는 지난해 새해 다짐으로 시작한 금주실천을 통해 모은 금액을 이웃에 전하며 올해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첫 나눔리더 1호로 선정됐다. 나눔리더는 1년 안에 100만원 이상을 일시 기부하거나 기부를 약정한 개인기부자를 뜻한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이 씨는 “지난해 1일부터 기부를 위해 시작한 금주를 지금까지 이어오면서 더욱 건강해졌다”며 “몇 년 전 낌새가 보였던 고지혈증도 씻은 듯이 없어졌고, 몸이 가벼울 뿐 아니라 기부를 통해 얻게된 성취감이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 줬다”고 말했다. 이 씨는 작년 새해 첫 날부터 1일 금주시 3000원을 적립하는 기부 계획을 실천해 모은 100만원을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데 보탰다. 그는 “금주 초기엔 술을 권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경조사에서 한잔도 입에 데지 않는 것도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면서 “이젠 주위 분들도 기부에 대해 익히 알고 돕기 위해 술을 권하지 않아 오히려 섭섭하기도 하다”고 웃어 보였다.
새해 다짐과 기부를 연동하는 것은 이 씨가 직접 고안한 아이디어다. 직장내 사회공헌업무를 맡으며 얻었던 경험을 활용한 것이다. 그는 “2018년 울산의 공단 본부에서 사회복지공헌 분야를 맡았는데 그 당시 설익은 기부 문화를 퍼뜨릴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다 직원들이 새해 실천과 기부를 연동하는 캠페인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각자의 새해 계획을 100일 동안 실천하면 하루 100원씩 적립돼 1만원이 모이고, 여기에 공단에서 1만원을 추가해 실천자의 명의로 기부하는 것이다. 금액의 크고 작음을 떠나 ‘초보자’에게는 낯설고 어려울 수 있는 기부를 조금 더 흥미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나눔의 마중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참여자들은 ‘하루 팔굽혀펴기10번하기’, ‘책읽기’, ‘아내 안아주기’ 등 각자가 내세운 특색있는 새해 다짐을 지켜나가며 기부를 습관으로 받아들였다. 초기 신청 인원이었던 500명은 순식간에 채워졌고, 이후 3년간 캠페인이 진행되면서 참여 인원은 점점 늘어났다. 이 씨는 “직원들이 본인 이름이 새겨진 기부 영수증을 받아보면서 느끼는 뿌듯함이 컸다는 말을 전해 들을 때 나 역시 어깨가 으쓱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기부를 일상으로 끌어들이는 이 씨의 제안은 이뿐 아니다. 그는 2016년 국내 병원 최초로 근로복지공단 대전병원에 ‘건강기부계단’을 설치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면 1명당 10원을 적립해 이웃을 돕는 아이디어였다. 환자들의 건강도 챙기면서 일상의 작은 실천과 기부를 연계하는 것이다. 이 씨가 고안한 ‘건강기부계단’은 이날까지 8년간 운영되며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이 모여 사정이 어려운 환자의 의료비로 쓰였다. 이 씨는 “당시 건강기부계단이 바깥으로 알려지면서 이곳저곳에서 ‘우리 근무처에서도 기부계단을 설치하고 싶다’고 문의가 왔다“며 ”LH(한국토지주택공사) 역시 우리 병원에 설치 업체를 문의해 기부계단을 설치했다”고 후일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이 씨는 “흔히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지만, 저는 기부에 한해서는 남의 오른손도 알게 해야 한다는 주의”라며 “그럴수록 기부가 어려운 게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고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도 더욱 풍성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기부가 이웃과 더욱 많은 것을 나누는 시작점이 됐으면 한다는 희망을 전했다. 이 씨는 “기부를 하고싶다는 마음은 20대 때부터 있었지만 시간이 훌쩍 지나 40대에 비로소 기부를 통한 뿌듯함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다”며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남은 일생 기부가 녹아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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