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탑 전쟁’서 교훈얻은 미국…“공매도 세력 신상·규모 공개”
게임스탑·AMC 사태로 기관 투명성 도마에
한국은 2016년 보고 공시 규정 이미 마련
투자자별 잔고 공개 안돼 ‘반쪽짜리’ 평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공매도 보고를 강화하는 규칙(13f-2)을 채택한다고 밝혔다. 이 규칙에 따르면 연기금·투자자문 등의 기관투자운용사는 총 공매도 잔고가 1000만달러(135억원) 이상이거나 발행주식 대비 2.5% 이상인 경우 주식 수, 평가금액, 일일 거래내역 등을 SEC에 보고해야 한다.
SEC는 보고된 내용을 바탕으로 공매도 대상 증권, 투자자별 공매도 잔고, 증권별 공매도 잔고의 순 활동 등을 전자공시사이트(EDGAR)에 공개할 계획이다. 이 규칙은 12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0월 본격 시행된다.
이처럼 미국이 공매도 규제 강화에 나서는 이유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공매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기관 투자자의 공매도에 맞서 개인 투자자들이 대량 매수로 주가를 폭등시킨 게임스톱과 AMC 사건 등을 거치며, 기관의 공매도에 맞설 수 있는 공개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여론이 형성됐다.
사실 SEC는 공매도 관련 공시 의무를 갖고 있음에도 지난 몇 년간 이행하지 않고 있었다. 2010년 제정된 미국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SEC는 모든 공매도 물량에 관한 자료를 수집해야 하며, 종목별 공매도 물량도 최소 월 1회 공표해야 한다. 대신에 자율규제기구인 금융산업규제국(FINRA)이 1개월 지연된 정보를 공시하고 있었다.
SEC는 이번 공매도 공시 규제 강화를 통해 증권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은 이날 “규제 당국과 대중 모두에게 공매도에 대한 투명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매도 공시에 대해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13f-2 규칙 초안이 공개되자 미국 매니지드펀드협회(MFA)는 성명을 내고 공매도 잔고를 공개할 경우 투자전략이 노출될 수 있고, 다른 투자자들이 이를 추종해 공매도에 필요한 주식 차입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은 이미 2016년에 공매도 투자자의 공시 및 보고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다만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개별 기관투자자들의 공매도 포지션을 알기는 힘든 편이다.
공매도 잔고 보고제도에 따라 상장주식수 대비 공매도 순보유잔고 비율이 순보유잔고 비율이 0.01% 이상이면서 순보유잔고 평가금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나 순보유잔고 비율과 무관하게 순보유잔고 평가금액이 10억원 이상인 투자자에게 보고의무가 발생한다. 투자자는 순보유잔고를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보고해야 한다.
또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에 따라 상장주식수 대비 순보유잔고 비율이 0.5% 이상인 투자자에게 공시의무가 발생하며, 투자자는 금융감독원을 통하여 신고해야 한다.
다만 거래소는 투자자별 공매도 잔고는 공개하지 않고 개별종목의 공매도 잔고를 공개한다.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통계에서도 공매도 투자자는 나오지만 자세한 포지션이 나오지는 않는다.
공시 및 보고 규정 외에도 한국은 공매도 규제가 강한 편이다. 왕수봉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매도 자체가 가격 하락에 베팅하기보다는 기관투자자 입장에선 헤지 거래 차원에서 많이 쓰이는 측면이 있다”며 “이 때문에 다른 나라들은 자본시장 발전과 거래 활성화 측면에서 규제를 최소화하는데 한국은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돼 규제가 촘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공매도로 인한 가격 변동을 최소화하기 위한 업틱룰은 한국 외에는 적용되는 국가가 많지 않다. 한국은 업틱룰에 따라 공매도시 직전 체결가격 이상의 호가 제시만 가능하다. 미국과 일본은 장중 주가가 전거래일보다 10% 이상 하락한 경우에만 업틱룰이 적용된다. 무차입공매도 역시 한국은 불법이지만 미국은 시장조성자 등 예외적인 경우엔 허용된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역시 한국에만 있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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