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김태훈 은퇴…"15년 동안 받은 사랑 잊지 않겠다"(종합)
(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프로야구 SSG 랜더스 왼손 투수 김태훈(33)이 경기 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리기 전에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다.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는 시구가 김태훈이 '선수'로 던진 마지막 공이었다.
17일 SSG 선발 김광현은 마운드 뒤에서 김태훈의 시구를 지켜본 뒤, 후배 김태훈과 진하게 포옹했다.
SSG는 2023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정규시즌 마지막 날인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김태훈 은퇴식'을 열었다.
김태훈은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시구를 했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김태훈은 SSG의 5-0 승리를 축하한 뒤, 그라운드로 내려와 동료들, 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김광현, 김강민 등 선배들의 영상 편지가 전광판에서 흘러나왔고, 팬들은 "김태훈"을 연호하며 이별을 아쉬워했다.
김태훈은 단상에 올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최고의 명문구단에서 최고의 팬분들과 함께해 영광이었다"며 "15년 동안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받았고 그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 야구장에서 받았던 응원과 함성을 잊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겠다"라고 고별사를 했다.
목소리가 잠시 떨렸지만, 다짐한 대로 눈물은 꾹 눌렀다.
경기 전 김태훈은 더그아웃에서 '마지막 인터뷰'를 했다.
김태훈은 지난 9월 은퇴를 결심했고, 9월 23일 한화 이글스와의 퓨처스(2군)리그에서 현역 마지막 공식 경기를 치렀다.
그는 "'마지막이니까 한 번 죽어보자'라는 생각으로 공을 던졌는데, 구속이 시속 145㎞까지 나왔다"며 "은퇴를 번복할까 고민하기도 전에 후배들이 맥주를 뿌리며 '미니 은퇴식'을 열어줘서, 마음을 접었다"고 유쾌하게 웃었다.
김태훈은 구리 인창고 3학년이던 2008년 8월 미추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며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았고, '미스터 퍼펙트'라는 별명도 얻었다.
SSG 전신 SK 와이번스는 2009년 1차 지명으로 김태훈을 영입했다.
올 시즌까지 김태훈은 1군에서 302경기에 출전해 18승 22패 9세이브 64홀드 평균자책점 5.18을 올렸다.
2018년(9승 3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83)과 2019년(4승 5패 7세이브 27홀드 평균자책점 3.88)에는 팀의 핵심 투수로 활약했다.
SK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18년에는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8경기에 등판해 11이닝 동안 단 1실점만 하며 '우승의 주역'으로 꼽혔다.
하지만, 올해 김태훈은 한 번도 1군 마운드에 서지 못했고, 결국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김태훈은 "2년 동안 2군에 머물다 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좋은 후배들도 많고 내 경쟁력을 떨어졌으니 은퇴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선수로 하고 싶은 건 다 해 봤다. 고교 시절 퍼펙트게임을 달성하고, 2018년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때 함께 뛴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다 해보고 벽에 부딪혔으니, 미련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제2의 인생 계획도 세웠다. 인천에서 야구 훈련장을 열어 한국 야구를 빛낼 후배들을 양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태훈이 구단에 은퇴 결심을 알리자, 김원형 감독은 물론이고 고효준, 노경은, 김광현 등 선배들은 "아직 더 할 수 있다"고 만류했다.
하지만, 김태훈은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그는 "형들은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여전히 좋은 구위를 유지하고 있다. 정말 존경한다"며 "지금 나는 그런 선배들처럼 던질 자신이 없다. 은퇴를 결정한 지금, 나는 후련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물론 아쉬움은 남는다.
김태훈은 "나는 기복이 있는 선수였다. 꾸준히 잘 던지지 못한 건, 참 아쉽다"고 했다.
잠시 그늘졌던 그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번졌다.
김태훈은 "유쾌하고 밝았던, 에너지 넘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쳤던 야구 선수 김태훈은 마지막 인터뷰도 그렇게 유쾌하게 끝냈다.
은퇴식이 끝난 뒤에도 김태훈은 웃으며 동료들과 이별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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