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 광부·간호사 파견의 숨은 주역... 백영훈 KID 원장 별세
우리나라가 1960년대 서독에서 차관을 받는 조건으로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할 때 가교 역할을 한 백영훈(93) 한국산업개발연구원(KID) 원장이 16일 별세했다.
1930년 전북 김제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려대 상대와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했고, 국비 장학생으로 서독 에를랑겐-뉘른베르크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해 ‘한국인 1호 독일 박사’가 됐다. 귀국해 중앙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1961년 정부의 서독 경제 협력단에 통역을 담당하는 특별보좌관으로 동행했다.
협력단은 가난한 한국 경제 개발을 위해 서독에서 돈을 빌려오는 게 최대 목표였다. 백 원장은 향후 서독 총리가 되는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당시 경제 장관과 같은 대학 출신이던 은사를 통해 차관 도입을 성사시켰다. 그는 2014년 본지 인터뷰에서 “일주일 내내 은사의 집에 찾아가 도와달라고, 살려달라고 읍소했다”고 했다.
협력단은 에르하르트 장관에게서 1억5000만마르크(당시 3000만달러) 차관을 빌릴 수 있었지만, 지급 보증을 해줄 곳을 찾을 수 없었다. 백 원장은 대학에서 함께 공부했던 당시 서독 노동부 과장에게 “서독에서 일할 광부와 간호사를 보내주면 그 사람들 급여를 담보로 빌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조언을 듣고 이 문제를 해결했다. 백 원장은 1964년 박정희 대통령의 서독 방문 때도 통역관으로 동행했다. 1967년 국내 최초의 민간 경제 연구소인 한국산업개발연구원을 열었고, 박 대통령의 경제 자문과 제9·10대 국회의원 등을 지냈다. 2022년에는 한국과 독일 간 경제협력에 기여한 공로로 독일 정부에서 대십자 훈장을 받았다.
유족은 아내 방한진씨와 아들 훈(중앙대 교수), 딸 신영·신미·지희씨, 사위 강택수 벤처캐피털타운 대표 등이 있다. 빈소는 중앙대병원 장례식장, 발인 19일 오전 5시 30분, 장지 이천 에덴낙원공원, (02)860-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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