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윤리위원장에 목영준 전 재판관
“정경유착 방지” 투명성 제고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이름을 바꿔 단 한국경제인협회가 정경유착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 통제시스템인 ‘윤리위원회’를 발족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불거졌던 정경유착에 대한 우려를 끊고자 윤리위를 두고 투명한 회비·기금 관리에 나서겠다는 목적이다.
쇄신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재계 안팎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취지지만, 핵심인 4대 그룹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경협은 17일 위원 5인으로 구성된 윤리위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목영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사진)이 초대 위원장으로 윤리위를 이끈다.
목 위원장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지냈고 현재 고려대 석좌교수, CJ그룹 ESG자문위원장, 한진그룹 윤리경영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한경협은 목 위원장 선임 배경에 대해 “약 30년간 법관 및 헌법재판관으로 근무한 분으로 치우침이 없고 법조계 등 각계의 신망을 받고 있다”며 “협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객관적인 시각에서 윤리위를 운영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윤리위 외부위원에는 김학자 한국여성변호사회장, 김효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윤리경영학회장), 박광우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가 선임됐고, 내부위원에는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이 참여한다. 한경협은 “위원에 여성 2인이 포함돼 법조·학계 전문가들이 다양하고 전문적인 시각에서 윤리경영 사안을 심의하고 조언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리위 신설은 지난 5월 협회 전신인 전경련이 발표한 ‘혁신안’에 담긴 내용 중 하나다. 전경련은 혁신안 발표 후 명칭을 한경협으로 바꾸고,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초대 회장으로 선임하며 재출범했다. 지난 8월 임시총회에서는 윤리헌장도 채택했다.
윤리위가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부분은 회원사들의 기금 출연과 관련된 사안이다. 한경협은 “윤리경영에 관한 사항, 회원사에 재정적 부담을 주는 대외지원 사항 등은 심도 있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전경련이 앞장서서 수금책 역할을 했던 과거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한경협은 윤리위 심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은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에 반드시 고려하겠다고도 했다.
다만 이번 윤리위 신설이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내부 통제장치를 하나 마련한 것일 뿐, 본격적인 활동으로 보여준 것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한경협은 전경련 산하 연구소의 회원 명부를 이관받는 형태로 삼성·LG·SK·현대차 등 4대 그룹을 다시 가입시키긴 했지만, 여전히 이들 사이에서는 한경협 행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윤리위는) 한경협의 재건 과정일 뿐이지 않나”라며 “(기금 출연 등) 하루아침에 갑자기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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