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쫓겨나겠네”부터 “여보 사랑해”까지…의원들 문자 천태만상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오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최고위원은 당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지명직 최고위원 등 주요 당직자 임명안을 김 부원장에게 보냈다. 이에 김 부원장은 “황당하네 김기현 대표 쫓겨나겠네”라고 반응했다.
이날 발표된 인선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임명직 당직자 전원이 사퇴한 데 따른 후임 인선이었다. 당 일각에서 임명직 당직자만 사퇴하고 김기현 체제는 유지하기로 한 데 대한 불만도 나오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조 최고위원과 김 부원장이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가 포착되면서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노출된 것이다.
국회 본의장에서 애틋한 애정 문자가 포착되면서 불륜 논란으로 번졌던 사건도 있다. 2013년 11월 25일 정호준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한 여성에게 “사랑은 어떻게든 안 헤어지려 하고, 자꾸 보고 싶은 거지. 자꾸 자존심 세우고 헤어지려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여보 사랑해”라는 문자를 남겼다.
때로는 정치인들이 의도적인 노출을 했다는 의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언론사 카메라에 노출된 상황에서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의원들이 ‘언론플레이’를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보좌관으로부터 받은 ‘전쟁입니다’라는 문자가 노출된 바 있는데, 이를 두고 지지층을 겨냥한 메시지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의원실에 검찰의 이 대표 소환조사 통보가 왔다는 내용으로, 발신인은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현지 보좌관(전 경기도 비서관)이었다. 김 보좌관은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 모른다 한 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고 적었다.
문자에서 거론된 김문기씨는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으로, 대장동 의혹에 연루됐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16년 11월 11일엔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와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주고받은 문자가 언론에 포착되면서 논란이 됐다. 이 전 대표는 박 전 위원장에게 “비서 소리 이제 그만하시죠. 아무리 아래지만 공당의 장수인데 견디기가 힘들어집니다. 장관님 정현이가 죽을 때까지 존경하고 사랑하게 해주십시오”라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그러니까 잘 해. 이해하고 알았어요”라고 답했고, 이 대표는 “충성충성충성. 장관님 사랑합니다 충성”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박 위원장은 “나에게 충성 말고 대통령 잘 모셔”라고 말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국회의원 혹은 국회에 출석한 인사들이 핸드폰으로 주고받는 문자 혹은 필담은 언론 카메라에 종종 포착되곤 한다”며 “이 때문에 의원들은 보호필름을 부착하고 허리를 숙여 책상 아래에서 확인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곤 한다”고 설명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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