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래서 양현종이다···대기록 세우고도 “실패한 시즌, 역시 나는 이강철 감독님 아래”[스경x인터뷰]
아무리 부진하다고 해도 여전히 170이닝을 던지고 평균자책은 3점대를 찍었다. 시즌 10승에는 단 1승이 모자랐지만 ‘대투수’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
양현종(35·KIA)이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승리했다. 시즌 9승째를 거두며 KBO리그 최초의 9년 연속 170이닝 대기록을 결국 달성했다.
양현종은 1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전에서 7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1실점으로 KIA의 7-1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9승째,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이어왔던 두자릿승수 기록을 올해는 1승이 모자라 아쉽게 놓쳤지만, 프로야구 최초로 9년 연속 170이닝을 던지는 대기록은 놓치지 않았다.
지난 11일 키움전에서 시즌 164이닝을 던진 뒤 팀의 최종전인 이날 다시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은 7이닝을 가뿐히 던지면서 올시즌을 171이닝으로 마쳤다. 최초였던 지난해 8년 연속 기록을 9년 연속으로 늘리며 프로야구 역사 유일의 최고 철완으로 명성을 이어갔다.
준플레이오프 직행을 위해 이날 반드시 승리해야 했던 NC를 상대로 양현종은 5회까지 43개밖에 던지지 않으며 1안타만 허용, 꽁꽁 틀어막았다. 6회에는 선두타자 김형준을 좌전안타로 출루시켰지만 다음 타자 도태훈을 2루 땅볼로 유도, 병살 처리한 뒤 손아섭을 내야 플라이로 잡아 역시 깔끔하게 막았다.
KIA가 6회말 고종욱의 적시타와 김선빈의 희생플라이로 2득점, 2-0으로 앞선 뒤 7회초에 양현종의 실점이 나왔다. 선두 두 타자 김주원과 박민우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해 무사 1·3루에서 4번 마틴의 2루 땅볼 때 3루 주자 김주원에게 득점을 허용했다. 양현종은 권희동에게도 중전안타를 맞아 1사 1·2루 위기가 이어졌으나 김성욱과 박주찬을 삼진과 우익수플라이로 각각 잡고 이닝을 끝냈다. 7회까지 투구 수는 77개였으나 양현종은 올시즌 투구를 마감하고 관중 환호에 답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양현종은 올해 29경기에서 171이닝을 던지고 9승 11패 평균자책 3.58로 시즌을 마쳤다. 6월과 8월 한때 깊은 부진을 겪어 2군까지 다녀오는 낯선 시즌이기도 했지만, 결국 양현종은 KIA 선발 중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지고, 가장 낮은 평균자책을 기록하면서 이의리(11승)에 이어 가장 많은 승수를 거두는 여전한 활약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양현종은 “개인 기록을 떠나서 결국 팀이 5강에 가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한 시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팬들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 내년에는 정신차리고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겠다고 다시 생각했다”며 “많은 것을 느낀 시즌이었다. 2군에서 힘든 시간 보낼 때 어린 선수들이 잘 받쳐줬다. 내년에도 힘든 시간이 있을 수 있는데 올해의 기억을 발판 삼아서 잘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잘 마무리했지만 개인기록 역시 아쉬움이 더 크다. 9년 연속 170이닝의 대기록을 달성했지만 연속 10승 기록은 8년에서 멈춰섰다. 잘 던지고도 승리하지 못한 경기가 너무 많았다. 프로야구 최장 기간 연속 10승 기록은 이강철 KT 감독이 해태 시절이던 1989~1998년 기록한 ‘10년 연속’이다. 타이거즈의 존경하는 선배 이강철 감독의 기록을 하나하나 깨가는 것이 야구인생의 목표였고 잘 달려왔던 양현종은 처음으로 그 벽을 넘지 못했다.
양현종은 “아무래도 10승을 하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8승으로 끝났다면 차라리 미련이 없을텐데 9승으로 끝나다보니 아쉽다”며 “야구인생을 통틀어서 이강철 감독님 기록을 깨는 것이 목표였고 그것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연속 10승 기록은 달성을 하지 못한 것을 보니 나는 역시 이강철 감독님 아래에 있지 않나, 부족하구나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내년에도 목표는 170이닝이다. 그리고 내년에는 가을야구까지 반드시 잘 해내겠다”고 내년 새로운 도전을 다짐했다.
이미 5강에서 탈락했지만 KIA는 홈 관중 앞에서 열린 NC와 최종 2연전을 모두 승리했다. 73승2무69패로 승률 0.514를 기록한 KIA는 5위 두산(74승2무68패·승률 0.521)에 불과 1승 차, 승률 0.007차로 뒤져 6위로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김종국 KIA 감독은 “양현종이 에이스답게 완벽한 투구로 팀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 9년 연속 170이닝 투구라는 대기록 달성을 축하한다. 144경기를 하는 동안 힘든 상황들이 많았지만 오늘 최종전까지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고맙고, 묵묵히 선수들을 지도해 준 코칭스태프 모두 수고 많았다”며 “팬들을 가을야구로 초대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크다. 비시즌 동안 부족했던 부분 잘 보완해서 내년 시즌에는 강한 타이거즈의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 올 한해 변함없이 성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머리숙여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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