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편취 제재 8건 중 총수일가 고발 ‘1건’뿐…공정위의 재벌 봐주기
법원의 ‘특수관계인 관여’ 적극적 판단과 배치…규제 의지 약화 의구심
지난달 2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세아그룹의 부당내부거래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2억7600만원을 부과했다.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손해를 보며 계열사에 낮은 가격으로 스테인리스 강관을 판매한 혐의다. 공정위는 지원 주체인 세아창원특수강은 검찰에 고발했지만, 수혜자인 세아그룹 3세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은 고발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 사장이 지시·관여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법인까지만 고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사익편취 제재를 하면서 수혜자인 총수일가에 대한 고발은 꺼리고 있다. 이는 사익편취 규제에서 특수관계인의 관여를 전보다 적극적으로 판단하는 법원의 최근 법리 흐름과 배치된다. 이른바 ‘총수 봐주기’ 제재가 반복되면서 공정위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규제 의지가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경제개혁연대 분석에 따르면 2020년 이후 공정위는 기업집단 8곳(미래에셋·금호아시아나·하림·SK·한국타이어·호반건설·OCI·세아)에 사익편취 제재를 내리면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제외하고 총수일가에 대한 개인 고발을 하지 않았다. 반면 2020년 이전 공정위의 사익편취 제재 대상은 모두 6곳(현대·한진·하이트진로·효성·대림·태광)이었는데, 현대를 제외한 5곳은 모두 총수일가를 고발했다.
사익편취란 대기업이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뜻한다. 사익편취 행위를 막기 위해 2014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관련 규제가 도입됐다.
공정위가 총수일가 고발에 미온적인 반면 법원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관여 행위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3월 대법원은 태광그룹 사익편취 사건에서 “특수관계인(총수일가)이 계열회사의 임직원 등에게 부당한 이익제공행위를 장려하는 태도를 보였거나 특수관계인이 계열회사의 임직원 등으로부터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와 관련된 보고를 받고 이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승인했다면 그 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대법원 판례를 감안하면 총수일가의 관여 사실을 확인하지 못해 고발하지 못한다는 공정위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사익편취 규제의 핵심은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이 제공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 시에 이를 엄중 제재해 행위를 근절하는 데 있다”며 “최종 수혜자인 총수일가 고발에 주저하는 것은 제재의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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