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REVIEW] '손흥민+이강인 골' 한국, 베트남에 6-0 완승...'3연승 행진+아시안컵·월드컵 예선 예열 끝'
[스포티비뉴스=수원, 박대성 기자] 캡틴 손흥민이 돌아왔고 득점까지 했다. 아시안컵과 월드컵 2차 예선을 앞둔 마지막 평가전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했다. '골든보이' 이강인도 함께 골망을 흔들며 팀 완승에 쐐기를 박았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7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과 '하나은행 초청 국가대표 친선경기'에서 6-0으로 이겼다. 지난 9월 유럽 원정길부터 베트남전까지 3연승에 안착하며 11월 월드컵 2차 예선과 내년 1월 아시안컵 본선을 향한 예열을 끝냈다.
킥오프 전 1시간 전에 라인업이 발표됐다. 조규성이 최전방에서 베트남 골망을 노렸다. 허리에선 이재성, 황희찬, 이강인, 손흥민이 스위칭 플레이로 화력 지원을 했고, 박용우가 뒤를 받쳤다. 포백은 김민재, 정승현, 설영우, 이기제였고,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가 꼈다.
베트남은 응우옌 호앙 득, 응우옌 딘 박, 팜 뚜언 하이 스리톱이 나섰다. 중원에선 응우옌 뚜언 아인, 도흥중이 뛰었고, 보민쫑, 쯔엉 띠엔 아인이 윙백에 나섰다. 수비는 딴뚜언따이, 부이호앙바엣아인, 도주이만이었고, 골문은 당반럼이 지켰다.
한국은 전반부터 베트남을 몰아쳤다. 전반 5분 코너킥에서 김민재가 헤더로 골망을 뒤흔들며 선제 득점에 성공했다. 베트남이 만회골을 위해 공격 주도권을 잡으려고 했지만, 피지컬과 기본 볼 터치에서 열세였다.
한국은 볼 점유율을 올리면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이강인, 황희찬 등이 다양한 패턴 플레이와 스위칭으로 베트남 빈틈을 노렸다. 황희찬이 회심의 슈팅을 했는데 수비 벽에 막혀 아쉬움을 샄기기고 했다. 전반 15분경 이강인이 볼을 받아 방향만 돌린 슈팅이 살짝 빗나가 4만 관중이 환호성을 지르게 했다.
베트남이 간헐적인 공격을 했지만 한국에 위협적이지 않았다. 한국은 베트남 공격을 한 차례 막아낸 이후 차분하게 후방부터 공격을 풀어나갔다. 베트남은 전반 23분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깔끔하진 않았지만 한국 수비가 쏠린 틈을 반대로 전환해 슈팅을 가져갔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아 골문을 벗어났다.
한국은 곧바로 맞대응했다. 베트남이 박스 안에서 수비 대형을 지켰지만 유려한 드리블과 패스로 압박을 벗겨냈다. 손흥민이 슈팅으로 이어갔지만 아직 영점이 맞지 않아 볼이 뜨고 말았다. 이후 황희찬이 득점포를 가동했다. 전반 27분, 이재성이 2.5선에서 페널티 박스 쪽으로 전진시킨 볼을 침착하게 받았고 베트남 골대로 밀어 넣었다. 득점 후 기세가 오른 황희찬은 측면에서 과감하게 돌파해 조규성 머리에 크로스를 시도했다.
베트남은 두 골을 실점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전반 30분, 오른쪽 측면으로 파고 들어 기회를 노렸고 슈팅을 했다. 한국은 전반 32분 손흥민의 기점으로 시작, 이강인이 침투하는 조규성에게 반 박자 빠른 패스를 공급했다. 전반 35분 이강인이 박스 앞에서 얻은 프리킥을 튀니지전처럼 날카롭게 쏘아 올려 베트남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한국은 주도권을 이어갔고 베트남은 수비에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주로 황희찬이 왼쪽 측면에서 드리블, 공간을 만들며 한국 공격에 물꼬를 텄다. 손흥민은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한국 화력에 불을 지피고 수비를 몰아줬다. 전반 종료 직전 이재성이 침투 이후 슈팅을 가져갔지만 베트남 골키퍼 품에 안겼다.
한국은 후반전 휘슬이 울리자 또 골 맛을 봤다. 후반 2분 조규성이 손흥민이 원투패스를 주고 받으며 베트남 수비 밸런스를 흔들었다. 손흥민이 골문 근처로 밀어준 볼을 조규성과 보민쫑과 경합을 했고, 보민쫑의 발에 맞아 자책골이 됐다. 베트남은 만회골을 위해 한국 진영에서 볼을 잡았지만 쉽사리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한국은 코너킥에서 손흥민이 낮게 깔아차 다른 패턴 공격을 시도했다. 베트남도 세트피스에서 활로를 찾으려고 했다. 후반 12분, 조규성이 박스 안에서 살짝 올려준 볼을 손흥민이 헤더로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위협적이지 않았다.
한국은 후반 15분 캡틴 손흥민이 골망을 뒤흔들었다. 박스 안에서 볼을 잡은 손흥민이 오른발로 정확하게 밀어 넣으며 포효했다. 득점 이후 수원에 모인 4만 관중 팬들에게 찰칵 세리머니를 하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황의조와 정우영을 투입해 다른 공격 조합을 테스트했다. 후반 23분 이강인까지 침착한 슈팅으로 골망을 뒤흔들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손흥민에게 패스를 받아 베트남 수비를 몰고 난 이후 날카로운 슈팅이었다.
베트남은 직접 프리킥으로 한국 골대를 강타해 만회골 의지를 불태웠다. 클린스만 감독은 김민재를 빼면서 주전급 선수들에게 하나둘 휴식을 줬다. 한국은 정규시간 종료를 향해 달려가도 베트남을 압박하며 추가골 열의를 보였다. 베트남도 간헐적인 역습으로 만회골을 위해 총력을 다했다.
하지만 전반부터 기울어진 분위기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손흥민은 최전방에서 뛰면서 교체로 들어온 황의조 등과 스위칭 플레이를 하면서 동선을 체크했다. 한국은 90분 내내 손에 쥔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정우영까지 힘찬 전방 압박 이후 마무리를 해내면서 홈에서 완벽한 승리를 따냈다.
지난 13일 금요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친선 경기에선 튀니지에 4-0으로 이겼다.
당시 사타구니 통증으로 이틀간 훈련을 빠졌던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벤치에서 대기했다. 이어 조규성(미트윌란)이 최전방에 섰다.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은 왼쪽 측면에서 활발히 움직였다. 경기 15분 전 황인범은 내전근에 불편함을 느꼈다. 대신 출전한 홍현석(KAA헨트)은 박용우(알 아인)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망)과 이재성(마인츠)이 오른쪽과 중앙을 오가며 스위칭했다. 이기제(수원 삼성), 정승현(울산 현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설영우(울산)가 수비를 맡고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알 샤바브)가 꼈다.
스트라이커 조규성은 상대 수비진과 적극적으로 맞섰다. 2선의 이재성과 이강인, 황희찬은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튀니지 수비 사이를 공략했다. 튀니지는 한국이 공격 진영에 들어올 때마다 선수 두세 명이 둘러싸는 등 미드필드에서 강하게 압박했다.
두 팀 모두 거칠게 나왔다. 튀니지는 이강인의 전진을 억제하려 강하게 견제했다. 깊은 태클도 서슴지 않았다. 한국은 조규성이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진을 괴롭히고 후방에서 김민재가 공격수들을 몸싸움으로 제압하는 등 맞불을 놨다.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수비진에서 미드필드로 좀처럼 공이 전달되질 않았다. 20분 뒷공간을 노린 패스를 황희찬이 크로스로 마무리했지만 부정확했다. 21분 조규성이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공은 벗어났다. 이날 첫 슈팅이었다. 24분 이기제의 중거리 슈팅은 힘없이 골키퍼 품에 안겼다. 박스 안까지 좀처럼 접근하지 못했다. 34분 박용우의 먼 거리 슈팅은 골문 위로 떴다.
오히려 튀니지의 경기력이 살아났다. 간결한 패스로 한국의 수비 진영까지 들어왔다. 39분 중거리 슈팅은 한국의 골문 상단을 살짝 스쳐 갔다. 전반전은 0-0으로 끝났다.
후반전 첫 유효 슈팅이 득점으로 이어졌다. 이강인은 후반 9분 상대 파울을 유도해 얻어낸 프리킥을 직접 마무리했다. 왼발 킥은 예리하게 날아가더니 왼쪽 골문 구석에 꽂혔다. 이강인의 A매치 데뷔골이다.
멀티골까지 터트렸다. 이강인은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공을 잡더니 간결한 왼발 슈팅으로 골키퍼 하단을 노렸다. 골키퍼는 쳐다볼 수밖에 없는 날카로운 슈팅이었다. 한국은 황의조(노리치 시티)와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을 투입하고 황희찬과 조규성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세 골 차로 한국이 앞섰다. 22분 김민재의 헤더가 상대 수비의 말을 맞고 들어갔다. 이강인의 코너킥이 예리하게 김민재 머리를 찾았다. 한국이 3-0 리드를 잡았다.
사실상 경기가 기울자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 두 명을 더 교체했다. 상대와 충돌해 얼굴쪽 통증을 느끼던 설영우를 대신해 김태환(울산)이 들어갔다. 이순민(광주FC)은 홍현석 자리로 배치됐다.
후반 추가 시간 황의조는 한국에 네 번째 골을 안겼다. 뒷공간을 파고들더니 골키퍼 왼쪽을 정확히 노려 골문 구석을 갈랐다. 한국은 4-0 승리를 거뒀다.
튀니지는 26위 한국보다 세 계단 아래다. 클린스만호는 10월 평가전에서 튀니지와 베트남을 차례로 만나 내년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본격적으로 준비한다. 북아프리카 국가인 튀니지는 아랍권으로 분류돼 클린스만호는 튀니지와 경기를 통해 아시안컵 본선에서 만날 중동 국가들을 대비할 심산이다.
지난 3월 출항한 클린스만호는 약 반년 동안 승리가 없었다. 3월 콜롬비아와 첫 경기에서 비겼고 우루과이와 경기에서 1-2로 졌다. 6월 페루와 경기에서는 0-1로 패한 뒤 엘살바도르와 경기에서 후반 막바지 실점하며 1-1로 비겼다.
9월 유럽에서 진행된 친선 경기에서 웨일스와 0-0으로 비기더니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첫 승전고를 울렸다. 튀니지전에서 국내 경기 첫 승리를 따냈고, 베트남전까지 이기면서 3연승에 안착했다.
한국과 베트남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도 차이가 크다. 한국은 카타르 월드컵 16강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아래에서 26위에 랭크됐다. 베트남은 95위를 기록하고 있다. FIFA 랭킹이 모든 걸 대변할 순 없지만, 한국에 비해 베트남은 언더독 위치에 있다.
트루시에 감독도 한국전을 앞두고 전력 차이를 인정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한국은 강팀이다. 톱 클래스, 월드클래스 팀이다. 우리는 한국전을 앞두고 최대한 많은 준비를 했다. 베트남 팀을 리빌딩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계별로 팀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트루시에 감독은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일본 대표팀을 이끈 적이 있다. 당시 일본 대표팀을 이끌고 한일 월드컵에 출전했다. 당시의 한국과 현재와의 비교를 묻자 "지금 한국 선수들은 유럽에서 인정 받고 있다. 베스트급 선수로 분류되고 있다. 선수들의 기본 경기력이 매년 발전하고 있다. 한국이 월드컵을 지속적으로 나가는 게 이런 걸 증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루시에 감독 곁에서 기자회견을 함께한 베트남 선수 도두이만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그에게 한국전을 앞둔 소감을 들을 수 있었는데 "내일 한국전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강팀이다. 내일 경기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준비했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과 객관적인 전력에서 차이가 크지만, 이들에겐 소중한 기회였다. 도두이만은 "모든 베트남 선수들이 이번 기회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베트남 선수들은 가슴에 베트남 국기를 달고 뛰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한국엔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같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팀으로서 굉장한 자부심을 느낀다. 한국, 일본 팀은 우리가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선두주자 팀이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한국전엔 트루시아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전, 베트남 축구에 돌풍을 불러 일으켰던 박항서 전 감독이 방문한다. 도두이만도 박항서 감독의 격려 차 방문을 알고 있었고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가 충분히 사기를 끌어 올릴 수 있을 요소다. 한국전을 대비해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준비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결과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59년 만에 한국 원정길에 올랐다. 한국전을 앞둔 훈련에도 무언가 보여주려는 열의가 넘쳤다. 양 팀의 평가전은 지난 2004년 이후 19년 만이었다. 손흥민 출전 여부는 경기 직전까지 물음표였다. 손흥민은 올시즌 토트넘에서 철저한 관리를 받고 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몸 상태가 100%가 아니라서 70분대를 뛰고 나면 그라운드를 빠져 나갔다. 10월 튀니지-베트남 2연전에 소집돼 훈련을 했지만, 튀니지전엔 벤치에서 동료들의 활약을 지켜봤다.
베트남전에도 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베르남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 황인범 출전을 확신할 수 없다. 최종 훈련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훈련에선 손흥민 표정은 밝았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무리없이 이어갔고, 클린스만 감독과 미소를 띄며 대화를 주고 받았다. 취재진에 공개된 시간 동안 손흥민의 컨디션은 큰 이상이 없어 보였다.
손흥민은 튀니지전이 끝난 이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감독님과 얘기가 된 부분이다. 사실은 감독님께서 조절을 해주셨다. 선수들이 나 없이도 잘 뛰었다. 이런 상황이 올 수 있다. 잘 대처해줬다. 좋은 경기력과 골로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이런 경기를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시 튀니지전에서 멀티골을 터트린 이강인이 벤치로 돌아오자 손흥민은 포옹과 함께 맞아줬다. 당시 상황에 대해 손흥민은 "모든 선수를 안아주려 노력했다. 많이 고생했다. 이강인이는 대표팀 첫 골을 넣었다. 꿈꿔오던 순간 아니겠나. 너무 좋았다. 더 많은 골을 대표팀을 위해 넣어야 할 텐데, 마지막 골이 아닌 더 많은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 경기를 뛰지 않을 때도 편하지 않다. 긴장을 많이 한다. 강인이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고생해줘 고맙다"라고 말했다.
주축 공격수이자 주장 손흥민이 휴식한 가운데 대승을 거뒀다. 손흥민은 "너무 잘하죠"라며 웃더니 "뿌듯하다. 선수들이 소집 훈련 때 준비한 게 경기장에서 잘 나와 기분이 좋다. 웃자고 얘기하는 거지만 ‘저 없이도 잘하지 않겠나’라는 생각도 했다. 선수 한 명으로 팀이 변하기는 드물다. 모든 선수가 필요하고, 모두 준비를 잘했다. 경기를 못 뛴 선수는 안타까워할 수 있지만, 본인이 경기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준비한다면 더 강한 팀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전 출전 가능성엔 "항상 매번 경기를 뛰고 싶다. 매 순간 팬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다. 다른 욕심은 없지만 경기 욕심은 정말 많다. 최대한 한국에서 경기하는 건 꼭 뛰고 싶고, 또 뛰려고 준비를 할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손흥민의 말처럼 베트남전에서 캡틴 완장을 팔에 두르고 선발로 뛰었고, 2선과 최전방을 왕성하게 움직이며 한국 공격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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