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헤즈볼라, 이스라엘 상대로 선제 행동 나설 수 있다”
이란이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을 앞세워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선제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을 16일(현지시간) 내비쳤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막고 이스라엘 북부 전선을 교란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과 헤즈볼라에 “이번 사태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란 IRNA통신 등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국영방송에 출연해 “저항단체 지도자들은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앞으로 몇 시간 안에 (이스라엘을 상대로) 저항 축의 선제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가 자신에게 “오늘 선제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내일 베이루트(레바논 수도)에서 이스라엘군과 싸워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최근 이라크와 레바논, 시리아, 카타르 등을 방문했다. 특히 지난 13일에는 베이루트에서 나스랄라를 직접 만났는데, 외신들은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시 헤즈볼라의 참전 시나리오가 마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은 ‘선제 개입’이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또 “이란은 저항 세력에게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그들 스스로 결정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CBS뉴스와 인터뷰하면서 ‘이란의 사태 개입을 우려하는가’라는 질문에 “우선 이란의 대리자인 헤즈볼라를 걱정하고 있다”며 “물론 이란이 직접 개입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실제로 AP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 북부 국경 초소 감시카메라를 파괴했다. 이는 하마스가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급습하기 전 벌였던 작업과 비슷하다. 알자지라는 “헤즈볼라가 이란 요청에 따라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새로운 전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헤즈볼라가 참전하면) 레바논도 피해를 보겠지만 이스라엘에도 막대한 비용을 안길 것”이라고 평가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2006년 골란고원을 놓고 ‘34일 전쟁’을 벌였고, 11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으며 패한 바 있다. 알자지라는 “지난 17년 동안 헤즈볼라는 군사력을 크게 향상했다”며 “예비군을 포함해 최소 6만명 이상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사일도 2006년 1만4000개에서 현재 15만개로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크네세트(의회) 연설에서 “북부에서 우리의 의지를 시험하지 말라”고 이란과 헤즈볼라를 향해 날을 세웠다. 이어 레바논 국경 2㎞ 이내 북부 28개 마을에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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