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인천에 ‘롯폰기’ 만든다더니…
송도엔 상권 개발 이행 않고 오피스텔 사업 등 ‘잇속’만
롯데가 인천 구월동과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에 노른자위 상권을 개발하겠다며 대규모 토지를 사들인 뒤 수익성이 높은 주택사업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천 남동구는 지난 8월22일 롯데인천타운이 신청한 구월동 농산물도매시장 개발사업을 승인했다고 17일 밝혔다. 농산물도매시장이 2020년 남촌동으로 이전한 후 옛 구월동 부지 5만5477㎡에 아파트·오피스텔·상가 등을 짓는 것이다. 롯데는 내년 1월 착공해 2028년 6월 준공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또 롯데쇼핑은 바로 옆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복합시설개발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미추홀구 관교동에 있는 롯데백화점 인천점과 인천터미널 7만6701㎡에 기존 백화점 이외에 새 쇼핑몰과 업무용 빌딩을 짓고, 인천터미널도 재배치하는 것이다.
이곳은 남동구와 미추홀구, 연수구의 교차점에 있는 요충지다. 내년 6월까지 진행될 1단계 사업에서는 가설건축물과 임시터미널을 설치한다. 이어 2030년 8월까지 3단계에 걸쳐 개발한다.
롯데는 옛 구월동 농산물도매시장과 인천종합터미널을 인천시가 재정난에 시달리던 2013년 8751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롯데는 2조원을 들여 2020년까지 통합·개발해 일본 도쿄의 명소인 ‘롯폰기 힐스’처럼 주거와 문화·호텔·시네마·방송센터 등이 들어서는 복합문화공간을 꾸미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개발사업은 그동안 답보 상태였다가 결국 양쪽을 분리·개발하고, 사업 주체도 각각 다르다.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쇼핑은 송도국제도시 6만5016㎡에 1조원을 들여 쇼핑몰·리조트 등을 갖춘 ‘롯데몰’을 짓겠다며 2011년 토지를 1450억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롯데는 2013년 롯데마트, 2019년 오피스텔만 짓고 2021년까지 짓기로 한 쇼핑몰과 리조트는 짓지 않았다. 그사이 롯데가 구입한 송도 땅은 공시지가가 20% 이상 올랐다.
롯데가 롯데몰 건축 허가만 받아놓고 관련 공사를 하지 않자 연수구는 2021년 별도합산세율을 적용해 부과했던 재산세를 종합합산세율을 적용해 10억3000만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이를 근거로 롯데에 종합부동산세 320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롯데는 2021년에서야 쇼핑몰 건립공사를 시작, 2026년 준공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롯데는 인천에서 굵직한 개발사업을 벌이면서도 당초 약속과 다르게 공사를 지연하고, 이렇다 할 공공기여도 하지 않아 지역사회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롯데는 주택사업 등 잇속 챙기기에 치중할 뿐 지역사회와의 상생 의지는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개발사업이 미뤄졌지만 롯데백화점 인천점은 수도권 최대 규모로 개발하고 있다”며 “롯데몰도 인천경제청과의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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