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노동자 옥죄는 노조법 2·3조 개정하라”
개정 운동본부, 국회서 촉구
“작년 대우조선 손배 폭탄 후
막겠다던 약속 1년째 감감”
“아이들에게 힐리스(바퀴 달린 신발)인지 뭔지를 집에 가면 사주겠다고 크레인에 올라온 지 며칠 안 되어서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조차도 지키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한진중공업 노동자 김주익씨는 부산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 오른 지 129일째인 2003년 10월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한진중공업은 노동조합 파업 이후 조합원 180명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150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압박했다. 김씨를 포함한 노조 간부 7명은 집까지 가압류를 당했다.
김씨는 당시 유서에서 “잘못은 자신들이 저질러놓고 적반하장으로 우리들에게 손배·가압류에, 고소·고발에, 구속에, 해고까지. 노조를 식물노조로, 노동자를 식물인간으로 만들려는 노무정책을 이 투쟁을 통해 바꿔내지 못하면 우리 모두는 벼랑 아래로 떨어지고 말 것”이라고 적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김씨 20주기인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용자의 손배·가압류 남용으로 인한 죽음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조법 2·3조를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씨의 입사 동기인 박성호씨는 “손배 청구가 주익이를 85호 크레인 위로 올라가게 했고, 노조를 식물노조로 만들고 주익이를 죽음으로 몰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작년에 정년퇴직했다. 주익이가 살아 있었다면 올해 정년퇴직을 한다”며 “여전히 주익이가 제 옆에서 ‘당구 치러 가자’고 하는 소리가, ‘성당에 가서 일주일 좋은 일한 것 보고해야지’ 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 친구가 너무도 그립다”고 했다.
유성욱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장은 “2021년 2200명의 조합원이 총파업에 돌입하고 원청인 CJ에 교섭을 요청했지만 조합원들에게 돌아온 것은 20억원의 손배 소장이었다”며 “국회의원들에게 꼭 한 가지만 묻고 싶다. 20년 전 김주익 열사가 손배·가압류를 폭로한 이후 바뀐 것이 뭐가 있나”라고 말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기자회견문에서 “지난 20년 동안 노동자와 시민들은 손배와 가압류의 문제를 제기하고 이제는 바꾸자고 호소했다.
국회는 그동안 무엇을 했나”라며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에게 470억원의 손배가 청구된 후, 국회는 손배 폭탄을 막겠다고 약속했지만 1년 동안 시간만 끌고 있다. 국회는 부디 국회의 역할을 제대로 해달라”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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