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길 찾아 라파 국경 도착했건만…“단 1초도 안 열려” 애타는 난민들

최서은 기자 2023. 10. 17.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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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적 구호품 반입도 막막
봉쇄 길어지며 식수 등 고갈
유엔 “물 부족, 생사 문제 돼”

이스라엘군의 지상 작전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공습과 봉쇄로 벼랑 끝에 몰린 가자지구 주민들이 사실상 유일한 ‘탈출구’인 이집트 국경에 몰려들고 있지만 국경의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가자지구 남부지역에서 이스라엘이 약 8시간 동안 임시 휴전을 하고 라파 국경 통로를 재개방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해 듣고 수천명이 라파 국경에 몰려들었다. 그러나 예정된 시각이 다 돼도 이들의 ‘생명줄’인 국경 문은 빗장이 풀리지 않았다. 한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은 대사관으로부터 이날 오전 9시에 국경이 개방될 것이라는 공지를 전달받고 즉각 달려왔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경 개방을 기다리던 다른 팔레스타인 여성도 “문은 단 1초도 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라파 통로가 닫혀 있어 민간인 탈출은커녕 인도주의적 구호품 반입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는 점이다. 현재 이집트 쪽 라파 검문소 앞에서는 석유와 음식, 구호물자 등을 실은 트럭이 문이 열리는 즉시 가자지구로 들어가기 위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스라엘이 “앞으로 가자지구에는 전기도, 식량도, 연료도 없을 것”이라며 전면 봉쇄를 시작한 지 8일째가 되면서 가자지구는 식수, 식량, 의약품, 전력 등 필수품이 모두 고갈된 상태다. 17일 세계식량기구(WFP)와 유엔에 따르면 상점의 식량은 4~5일분밖에 남지 않았다. 특히 가자지구 전역 병원의 연료 비축량이 24시간 이내 바닥날 것으로 보여 중환자와 신생아들에게 대참사가 일어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최근 가자지구에 물 공급은 재개한다고 밝혔지만, 하마스 측은 여전히 물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남부로 피란을 온 아부사다는 17일 월스트리트저널에 “현재 50여명의 가족 및 친구들과 0.5ℓ짜리 생수 12병을 나눠 마시고 있다. 우리는 이제 어떡해야 하나”라고 호소했다. 특히 남부 칸유니스의 병원에서는 지난 14일 미숙아로 태어난 쌍둥이 자매가 물 부족으로 분유조차 타 먹을 수 없어 가족이 분유 탈 물을 구하기 위해 도시를 샅샅이 뒤지고 있는 중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유엔은 가자지구의 물 부족 상황이 “생사의 문제가 됐다”며 “물은 이제 마지막 남은 생명줄”이라고 밝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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