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경제 부담에…‘가자 생명길’ 닫은 이집트 “구호품만”
난민 유입 땐 극단 세력 키울라…대통령 3연임 악재 우려도
이군 가자 공세 격화에…‘국제사회 수용 압박’ 거세질 듯
가자지구와 외부를 잇는 유일한 ‘생명줄’인 라파 검문소의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라파 검문소 개방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이집트는 정치적·경제적 부담, 안보 우려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집트는 라파 검문소를 통한 팔레스타인 난민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앞서 미국과 이집트, 이스라엘이 라파 검문소를 8시간 동안 일시 개방하는 데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라파 통로가 열리지 않고 있는 이유는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인도주의적 물자 전달 창구로서 라파 검문소를 일시 개방할 수는 있지만, 팔레스타인 난민을 통과시키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이스라엘은 라파 검문소로 팔레스타인인을 내보내는 건 가능하지만 구호물자 반입은 안 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집트는 이미 수단, 시리아, 예멘, 리비아 등지에서 온 난민 900만여명을 수용하고 있어 팔레스타인 난민까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과거 이스라엘에 의해 쫓겨나 레바논, 요르단 등으로 건너간 팔레스타인 난민 대부분이 아직까지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집트로서는 ‘임시 대피’조차 허용하기가 부담스럽다. 마이클 와히드 한나 국제위기그룹 연구원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임시로 머물게 한다고 하더라도 추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의 복귀를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FT에 밝혔다.
이집트는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에 의해 팔레스타인 땅에서 쫓겨나는 상황도 반대한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이 시나이반도로 온다면 이는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땅을 허용하는 것과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팔레스타인 난민 유입이 시나이반도 안보에 미칠 영향 또한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나이반도는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해 여러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이다.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의 스티븐 쿡 선임연구원은 “이집트는 하마스와 IS 시나이 지부 간의 관계를 고려할 때, 팔레스타인 난민이 들어올 경우 극단주의 세력 간의 유대가 강화되리라 우려한다”고 분석했다.
이집트의 국내 상황도 여의치 않다. 오는 12월 3연임에 도전하는 시시 대통령은 경제위기로 인해 인기가 떨어진 상태다.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축출한 주축세력 중에 친팔레스타인 단체가 있었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집트의 거부와 무관하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세가 강해질수록 이집트를 향한 난민 수용 압박 역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는 서방국가들의 난민 수용 요구에 분노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한 고위 관리는 유럽 측에 “당신들은 우리가 100만명을 수용하길 바라는가. 그렇다면 나는 그들을 유럽으로 보내겠다. 당신들이 수용하라”고 말했다.
이집트는 과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도 라파 검문소를 엄격하게 통제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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