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드라마 완성' 최종 3위+준PO 직행, 4위 NC-5위 두산 'WC서 격돌'... 김태훈 은퇴식-역대 2번째 최다관중 '완벽한 엔딩' [인천 현장리뷰]

인천=안호근 기자 2023. 10. 17.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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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인천=안호근 기자]
김광현(왼쪽)과 김성현.
경기장을 가득 메운 SSG 팬들이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다.
흔들리기도 했지만 부러지진 않았다. SSG 랜더스가 유례 없이 치열했던 2023시즌 막판 순위 경쟁의 최종 승자가 됐다. SSG가 준플레이오프(준PO)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김원형 감독이 이끄는 SSG는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홈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최종전에서 김광현의 6이닝 무실점 호투와 3회 4점을 뽑은 타선의 활약 속에 5-0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76승 65패 3무를 기록한 SSG는 자력으로 3위를 확정했다. NC 다이노스(75승 67패 2무)가 4위, 두산(74승 68패 2무)이 5위로 양 팀은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 맞붙게 됐다. 하루 휴식 후 오는 19일 창원 NC파크에서 1차전을 치른다. NC는 1승을 안고 유리하게 시작한다. 먼저 2승을 따내면 SSG가 기다리는 준PO로 향한다. 1차전에서 두산이 승리하면 20일 다시 한 번 창원에서 2차전을 치른다. 준PO 1차전은 오는 22일 열린다.

두산은 정수빈(중견수)-김인태(우익수)-양석환(1루수)-양의지(지명타자)-강승호(2루수)-박준영(유격수)-박지훈(3루수)-안승한(포수)-조수행(좌익수)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장원준.

이승엽 감독(오른쪽).
장원준이 역투하고 있다.
이미 5위가 확정됐지만 이승엽 감독의 속내는 복잡했다. 이날 결과에 따라 WC에서 붙을 상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NC는 상대전적에서 동률을 이룬 팀이고 SSG에는 4승 10패 1무로 약했지만 선발 맞대결을 생각하면 또 상황이 달랐다. 두산은 WC 시리즈에서 곽빈과 브랜든 와델이 대기하지만 SSG는 전날 로니에스 엘리아스, 이날 김광현을 투입해 WC에선 오원석과 문승원이 대기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감독은 양의지와 정수빈을 모두 선발로 기용했다. "체력 관리를 해줘야 한다. 경기 감각만 조금 유지를 해주려고 한다"며 "시즌 마지막에 체력이 진짜 많이 떨어졌다. 팀을 위해서 너무나 헌신해줬기 때문에 웬만하면 의지한테는 다 맞춰줘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선발 라인업에 세운 것은 이날 경기 승산이 보이면 잡겠다는 의지를 읽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SSG는 오태곤(1루수)-김강민(중견수)-한유섬(지명타자)-에레디아(좌익수)-하재훈(우익수)-박성한(유격수)-김성현(3루수)-김민식(포수)-안상현(2루수)로 타순을 짰다. 선발은 김광현이 나섰다.

준PO 직행을 노리는 SSG로선 총력전이었다. 무조건 승리를 통해 3위를 차지해야 조금이라도 쉬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시구를 위해 팬들 사이로 그라운드에 입장하고 있는 김태훈(가운데). /사진=SSG 랜더스
시구하는 김태훈. /사진=SSG 랜더스
김태훈(왼쪽)이 시구 후 동료 서진용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김원형 감독은 김광현에 대한 믿음을 나타냈다. "광현이도 시즌 막바지여서 썩 컨디션이 좋은 상태는 아니다"라면서도 "그래도 광현이는 많은 경험을 해서 어쨌든 자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어제는 상대 에이스를 상대했고 불펜도 필승조들이 다 나와서 근소하게 이겼지만 오늘은 타자들이 집중력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노)경은이가 지금 몇 경기째 나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SSG로선 이겨야 할 이유가 분명한 경기였다. 경기 후 김태훈이 은퇴식이 예정돼 있어 기분 좋게 동료를 떠나보내 주기 위해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더구나 홈 최종전에서 2만 1007명의 관중을 불러모으며 올 시즌 누적 관중 수 106만 8211명으로 2012년(106만 9929명)에 이어 인천 연고 구단 역대 두번째 최다관중을 기록한 잔칫날이기도 했다.

경기를 앞두고 김태훈이 시구자로 나섰다. 많은 팬들의 환호 속에 시포자로 나선 서진용을 향해 불 같은 강속구를 뿌리며 SSG에 승리 기운을 전했다.

김광현.
${IC21}
◆ 1~2회 : 장원준 예상 외 호투, 김광현은 명불허전
이승엽 두산 감독은 전날 경기에서 이길 경우 최승용이 나설 것이라고 했으나 패배 후 선발을 장원준으로 바꿨다. 포스트시즌에 대비하기 위해 최승용을 아낄 필요가 있었다. 이날 경기 전 "최승용은 포스트시즌에서 불펜에서 대기하며 경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긴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지더라도 장원준이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하며 불펜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었다. 올 시즌 적지 않은 기회를 모두 선발로만 뛰며 3승 4패 평균자책점(ERA) 4.66을 기록했던 장원준이다.

경기 초반 SSG 타선을 잘 봉쇄했다. 1회 오태곤에게 안타, 김강민에게 볼넷을 내주고도 한유섬을 전매특허 슬라이더로 삼진아웃, 에레디아에겐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2회엔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김광현은 '역시나'였다. 1회 정수빈에게 안타와 도루를 허용했지만 김인태와 양석환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정수빈이 도루 과정에서 아웃되는 행운도 따랐다. 2회는 세 타자를 가볍게 제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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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회 : 승부처가 된 3회, SSG 간절함이 승부를 갈랐다...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 김광현, 장원준 통산 2000이닝 달성
타순이 한 바퀴를 돌기도 전에 장원준의 공에 SSG 타자들이 적응해 갔다. 3회말 선두 타자로 나선 김민식은 장원준의 시속 133㎞ 투심 패스트볼을 강타, 우측 담장을 넘기는 선제 솔로포를 날렸다. 시즌 5번째 홈런.

이어 안상현이 좌전 안타로 출루한 뒤 포일로 2루를 밟았다. 오태곤의 희생번트로 3루에 도달한 그는 김강민의 볼넷 후 한유섬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홈을 밟았다. 1사 2루에서 SSG의 집중력이 빛났다. 에레디아가 좌익수 방면 2루타, 하재훈이 2타점 우전 안타로 단숨에 4-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점수 차가 벌어지자 두산은 무리하지 않고 주전 선수들을 일찌감치 쉬게 했다. 정수빈과 양의지에 양석환까지 교체 아웃됐다.

${IC24}그 사이 SSG는 4회말 선두 타자 김성현이 솔로 아치를 그렸다. 장원준의 시속 134㎞ 투심을 좌측 담장 밖으로 날렸다. 시즌 첫 홈런. 대포가 익숙지 않은 선수들에게서 연이어 '뜬금포'가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SSG의 승리를 위한 집념을 읽어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5회초 김광현이 흔들렸다. 강승호에게 안타를 맞았고 박준영을 유격수 직선타로 잡아내고도 박지훈에게 우전 안타, 안승한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1사 만루 위기. 그러나 '역시는 역시'였다. 조수행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운 그는 김태근과 정면 승부를 벌였다. 한복판에 속구를 찔러넣었고 김태근을 그대로 얼어붙었다. 루킹 삼진. 실점 위기에서 완벽히 벗어나며 승리 투수 요건을 챙겼다.

장원준은 꿋꿋하게 이닝을 채워나갔고 5회말 에레디아를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통산 2000번째 이닝을 달성했다. 리그 역사를 통틀어 9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두산 벤치가 움직였다. 장원준의 임무는 여기까지였다. 친구 김재호가 가장 먼저 달려나와 장원준을 따스히 안아줬다. 동료들도 더그아웃에서 나와 장원준을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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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9회 : '주전 대거 교체' 두산은 WC 모드 돌입, 김광현만 81구 아웃-SSG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대접전 드라마 주인공이 됐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광현은 이번에도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6이닝 동안 3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호투, 투구수는 81구에 불과했다. 준PO 등판을 준비해야 하기에 굳이 더 무리할 이유가 없었다. 준PO는 오는 22일부터 열린다. 상황에 따라 나흘 휴식 후 1차전 등판까지도 가능하다.

WC에 대비하기 위해 일찌감치 주축 선수들을 뺀 두산과 달리 SSG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주축들을 빼기보다는 오히려 추신수 등 휴식을 취하던 선수들을 투입하며 실전 감각 조율에 나섰다.

SSG로선 7회말 공격이 아쉬웠다. 한유섬 대신 대타로 나선 추신수가 내야 안타로 출루했고 1사에서 하재훈이 2루타, 박성한이 몸에 맞는 공으로 만루 밥상을 차렸다. 그러나 바뀐 투수 최승용을 상대로 김성현이 병살타를 쳐 추가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물론 큰 문제는 아니었다. SSG로서도 굳이 무리할 이유는 없었다. 특별한 문제 없이 승리를 지켜내기만 하면 되는 경기였다. 7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최민준이 2이닝을 완벽히 틀어막았고 경기 막판 강진성과 최지훈 등 벤치에서 대기하던 선수들까지 총출동하며 관중들을 즐겁게 했다. 9회초엔 이로운이 등판해 경기를 매조졌다.

${IC26}${IC25}
김광현은 시즌 9승(8패) 째를 따냈다. ERA는 3.66에서 3.53까지 낮췄다. 이날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한 하재훈은 시즌 타율 0.303으로 마감했다.

SSG는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준PO 직행에 성공했고 2005년 포함 총 3번째 기록을 달성했다.

김원형 감독은 "시즌 최종전이자 3,4위 순위가 결정나는 긴장되는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승리를 거둬 자력으로 시즌 3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며 "시즌 막바지 치열한 순위 싸움 중에도 선수들의 집중력과 끈기로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다. 선수들에게 이 영광과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오늘 광현이의 호투와 재훈이의 맹활약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모든 선수들이 승리의 주역들"이라고 치켜세웠다.

팬들을 향해선 "정규시즌은 끝났지만 포스트시즌 잘 준비해서 가을야구의 감동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SSG 팬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100만 관중의 자부심도 느끼게 해주시고 팬분들의 열정과 열광적인 응원이 아니었으면 시즌 막판 쉽지 않았다. SSG 팬분들이 계셔서 다행이고 큰 힘이 된다"고 전했다.

경기 후 김광현은 "시즌 마지막까지 순위경쟁으로 치열한 상황에서 선수들 모두가 승리를 위한 마음이 간절했고, 오늘 승리로 3위를 결정짓게 돼 기분 좋다"며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이후 부담감도 있었지만 시즌 마지막까지 선수들이 모두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할수 있었던 것 같다. 정규시즌은 마쳤지만 아직 포스트시즌이 남아 있는 만큼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남은기간 준비를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팬들을 향해 "올시즌 매경기 마다 많은 팬분들이 야구장에 방문해주신걸 체감하는 한 시즌이었다"며 "팬분들의 응원 덕분에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야구를 할수 있었고 앞으로 포스트시즌에도 그 응원에 보답할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최승용.
경기 막판 2이닝을 책임진 최지민.

■ 2023 KBO리그 정규시즌 최종 순위
1위 : LG 트윈스, 86승 56패 2무, 승률 0.606 (KS 직행)
2위 : KT 위즈, 79승 62패 3무, 승률 0.560 (PO 직행)
3위 : SSG 랜더스, 76승 65패 3무, 승률 0.539 (준PO 직행)
4위 : NC 다이노스, 75승 67패 2무, 승률 0.528 (WC 1승 선점)
5위 : 두산 베어스, 74승 68패 2무, 승률 0.521 (WC 진출)
6위 : KIA 타이거즈, 73승 69패 2무, 승률 0.514
7위 : 롯데 자이언츠, 68승 76패, 승률 0.472
8위 : 삼성 라이온즈, 61승 82패 1무, 승률 0.427
9위 : 한화 이글스, 58승 80패 6무, 승률 0.420
10위 : 키움 히어로즈, 58승 83패 3무, 승률 0.411

인천=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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