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北, 하마스와 무기·전술 연계… 패러글라이딩 침투 전수 가능성”

합참 “대전차 무기는 북한 제품
휴일 새벽 기습 등 유사점 많아”

이스라엘군(IDF)이 하마스로부터 압수한 무기들을 공개했다. 왼쪽 장병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무기가 북한제 F-7 무기로 추정되고 있다./IDF 홈페이지

이스라엘 방어망을 뚫고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북한과 무기 거래, 전술 교리, 훈련 등 여러 분야에서 연계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합동참모본부가 17일 밝혔다. 합참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하마스의 공격 방법을 대남 기습 공격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난 7일 감행된 하마스의 대이스라엘 침투 작전을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합참이 ‘현재 진행 중’인 국제 문제와 관련해 정보 분석 결과를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부와 군은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북한의 대남 전략, 국내 여론 등 국가 안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긴급 보안 검토를 거쳐 일부 사항을 발표했다.

하마스의 무기 일부는 북한 수출품인 것으로 조사됐다. 합참은 “언론에 보도된 하마스의 대전차 무기 F-7은 북한이 RPG-7을 수출할 때 사용하는 명칭”이라고 설명했다. 하마스 점령지인 가자 지구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 활동지와 가까운 이스라엘 북부 국경 일대에서는 최근 방사포탄의 신관(信管·기폭 장치)에 ‘방-122′로 표기된 북한제 122㎜ 방사포탄 추정탄이 발견됐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다양한 무기를 중동 지역의 국가와 무장 단체에 수출한다는 정황이 계속 식별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마스나 헤즈볼라가 북한 방사포탄을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하마스는 전술 교리 측면에서도 북한과 유사점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합참은 이번 하마스 공격이 휴일 새벽 기습공격으로 대규모 로켓 발사를 통해 ‘아이언돔(로켓포 방어 체계)’을 무력화하고 무인기 공격으로 분리 장벽에 설치된 각종 감시·통신·사격통제 체계 파괴한 후 침투하는 양상이 우리가 예상하는 북한의 ‘비대칭 공격 양상’과 닮은꼴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하마스의 패러글라이딩 침투는 북한이 전수한 전술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북한은 2010년대 중반 우리 전방 지역에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 구축되자 지상 침투가 제한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패러글라이더를 이용한 공중 침투 훈련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16년 12월 김정은 주관으로 패러글라이더 등을 활용해 청와대를 타격하는 훈련을 공개했는데 이러한 노하우와 교술·교리 등이 하마스에 전수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北, 7년 전 청와대 기습 훈련 - 북한이 2016년 공개한 청와대 침투 훈련 모습. 특수작전대대 전투원들이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기습 작전을 하고 있다(작은 사진). /조선중앙TV

군은 북한이 이스라엘의 허를 찌른 하마스식 게릴라 전술을 대남 공격에 활용할 시나리오도 분석 중이다. 6·25전쟁 때처럼 개전 초부터 탱크·장갑차를 몰고 밀고 내려오는 방식이 아니라, 육·해·공 침투조로 인질을 잡는 등 서울과 수도권 중심지를 혼란 상황에 빠트린 뒤 전면전으로 넘어가는 ‘하이브리드전’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통령이 암살됐다’는 식의 가짜 뉴스를 유포하거나 사이버 공격으로 카카오톡 등 각종 통신 체계를 교란시키는 심리전이 펼쳐질 수 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실제로 이번 사태 초기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응급 수송됐다’는 식의 허위 정보가 확산돼 국민뿐 아니라 군이나 안보 부처에서도 일시적으로 동요가 일었다.

합참은 하마스 공격 때 이스라엘 조기 경보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문제 등을 교훈 삼아 한미 연합 정찰 감시 자산을 유기적으로 운용해 북한의 이상 징후를 집중 감시하고, 북한 장사정포에 대비해 대화력전 수행 방법 발전과 요격 체계 전력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가짜 뉴스 등으로 공포와 혼란을 조성하는 심리전에도 대응할 수 있는 군사 대비 태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우리 군은 ‘한국형 아이언 돔’으로 불리는 장사정포요격체계(LAMD)를 2026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