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의협 “3년 전보다 더욱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 인력 부족은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파격적인 의대 정원 확충 방침에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 단체가 17일 강력히 반발하면서 2020년 있었던 정부와 단체 간 갈등이 다시 생겨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 앞서 “정부가 2020년 9·4 의정합의 정신을 위반하고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한 의료계와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를 강행한다면, 14만 의사들과 2만 의대생들은 3년 전보다 더욱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언급한 ‘9·4 의정합의’는 2020년 9월4일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 등을 중단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된 후 모든 가능성을 연 채 협의하기로 했던 것을 말한다. 당시 양측은 이 같은 내용이 들어간 합의문을 발표했었다.

정부가 지난 18년간 총 3058명에 묶여 있던 국내 의대 입학 정원을 오는 2025년 대학입시부터 1000명 이상 대폭 늘릴 것으로 최근 전망되면서 의사 단체들이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고 나선 터다. 이 회장의 ‘더욱 강력한 투쟁’ 표현만 보면, 정부의 의대 정원 등 추진에 3년 전 의사들이 벌였던 총파업과 집단 휴진 그리고 의대생 일부의 국가고시 거부를 뛰어넘는 움직임이 나올 수도 있다.

이 회장은 “의협은 보건복지부와 의료인력 확충 방안 논의 요구에 대해 여러 문제점을 지적해왔다”며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 인력 부족의 문제는 현재의 열악한 의료 환경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분포의 문제이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의대 정원의 양적 확대가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수차례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전날 성명에서 단순한 정원 늘리기는 의료를 망가뜨리고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던 의협 집행부는 전원 사퇴 각오로 강경 대응을 생각하고 있다.

인력난을 겪는 필수의료 분야 중 하나인 소아청소년과의 의사단체도 이날 오전 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증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현장 전문가인 의사들과 상의 없이 의대 정원을 확대했다”며 조규홍 복지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임 회장은 “대통령은 최소한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치료한 경험이 20년 이상인 사람들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