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세습 조항 바꾸는 대신 역대급 임금·복지... 기아 노사 잠정 합의

기아/뉴스1

기아 노사가 현대판 음서제라 불리는 ‘고용 세습 조항’을 개정하는 대신 역대급 임금 및 복지를 약속한 임단협 안에 잠정 합의했다. 잠정 합의안에 대해 노조는 오는 20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해 확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17일 기아 노사는 오토랜드 광명에서 열린 16차 본교섭을 진행하고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임단협의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고용 세습 조항은 개정하기로 했다. 기아 단체 협약에는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장기 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에 대해 우선 채용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정년 퇴직자 및 장기 근속자의 자녀에 대해 우선 채용한다’는 문구를 삭제하기로 했다.

다만,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을 우선 채용한다’는 문구는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을 우선 채용한다’로 고쳐 유지한다. 이는 2020년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열어 “산재사망자 유족을 특별채용하게 한 노동조합 단체협약 규정은 유효하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노사는 대신 300명의 신규 인원을 채용하고, 경기 화성에 대형 PBV(목적 기반 차량) 공장을 신설키로 했다. 또 기아 직원 자녀 1000명을 해외에 보내는 ‘주니어 글로벌 봉사단’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임금과 관련해선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성과금 400%+105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5만원, 주식 34주 등 역대 최고 인상안으로 타결됐다. 기아 관계자는 “이번 합의를 토대로 경영 목표 달성과 미래 경쟁력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20일 조합원 투표에서 임금 협상과 단체 협상 모두 과반 찬성을 얻는다면 올해 완성차 업체의 임단협은 모두 종료된다. 기아를 제외한 현대차, 한국GM,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임단협 협상을 마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