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적 전쟁→연준도 손 쓸 수 없는 고금리 고착화[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3. 10. 1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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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서 진행 중인 전쟁을 미국이 모두 감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이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전세계 기축통화인 달러 보유국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전쟁 자금은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안 그래도 막대한 미국의 재정적자는 양쪽의 전쟁으로 인해 더 늘어날 수 밖에 없게 됐고 이는 국채 금리를 구조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다.

50년전 중동전쟁 땐 1차 오일쇼크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간의 군사적 충돌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은 유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50년 전인 1973년 10월, 아랍 연합군의 이스라엘 선제 공격으로 시작된 욤키푸르 전쟁, 제4차 중동전쟁 때는 1차 석유 파동(오일 쇼크)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4달러에서 12달러로 3배 폭등했다.

이 결과 미국은 유가 급등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상승했고 동시에 경기 침체를 맞으며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 들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는 침체인데 인플레이션은 고공행진을 하는 상태를 말한다.

1974년에 미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3%로 위축됐고 실업률은 9%로 뛰어올랐다. 그럼에도 물가상승률은 12%를 넘어섰다. 이 결과 다우존스지수는 1973~74년 사이에 45% 폭락했다.

연간 2조달러를 넘어선 美 재정적자
하지만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50년이 지난 2023년에는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보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경제에 더 큰 위협 요소라고 지적했다.

1973년 당시 미국은 전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었기 때문에 글로벌 원유 공급에 매우 취약했다. 반면 현재는 미국이 석유 순수출국이다. 셰일가스 혁명으로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하루에 1300만배럴에 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에서 또 다시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으나 아직 전선이 확대되지 않은 가운데 국제 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중반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오히려 미국의 재정적자다. 지난 9월말로 마감된 회계연도 2023년도에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2조달러를 넘어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했던 학자금 대출 탕감 조치가 대법원에서 기각되면서 학자금 대출 탕감 비용이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막대한 재정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美, 재정보다 세계 안보가 중요
스트래터개스의 수석 전략가인 제이슨 데 세나 트레너트와 라이언 그래빈스키는 보고서에서 과거에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실업률이 7%를 넘어섰을 때만 5%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 약세로 GDP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실업률이 역사적으로 낮은 3% 중반대인데도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5%를 넘어섰고 이러한 높은 수준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푸르덴셜 파이낸셜의 자산관리 부문인 PGIM 채권의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인 달립 싱은 글로벌 시장의 긴장도를 고려할 때 미국은 재정적자보다 안보 이익을 더 중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분쟁의 2차 효과를 감안해야 한다며 "국가 안보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잠재적으로는 대만까지 전선이 확대될 경우 미국의 방위산업 토대가 동시 다발적으로 이들 국가를 군사 지원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로 시끄럽다"고 전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만장일치로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한다"며 하지만 "이는 내게 재정적자가 대부분 무시되고 금리가 더 높은 수준에서 균형을 찾아 조정되는 재정 우위의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을 부각시킨다"고 밝혔다.

미국이 여러 전쟁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지 여부는 결국 재정에 달렸는데 미국은 대규모 재정적자를 감내하고라도 여러 전쟁을 지원할 것이고 이는 국채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미다.

재정 우위의 시대가 뜻하는 것
재정 우위는 최근 미국 금융시장의 새로운 유행어로 등장했다.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이 지난해 3월부터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렸음에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고 호조세를 지속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이 통화 긴축을 압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한 마디로 요약하는 단어가 재정 우위다.

과거 경기 사이클에서는 통화정책에 비해 재정정책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또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실업률이 올라가고 민간 부문 지출이 위축될 때만 상승했다.

스트래터개스의 트레너트와 그래빈스키는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는 이제 영구적인 문제이며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자 비용이 늘어나면서 점점 더 해결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채권 중개업체인 R. J. 오브라이언의 글로벌 기관 영업 담당 이사인 존 브래디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국채 발행 규모가 내년에는 24%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미국 국채를 매입하던 경상수지 흑자국의 미국 국채 수요가 둔화세라는 점이다. 중국은 현재 미국 국채를 팔고 있고 일본은 자국 국채의 금리 상승으로 투자 매력도가 올라감에 따라 미국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이고 있다.

늘어난 미국 국채를 시장에서 소화하려면 투자자들에게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재정 긴축 vs 금리 상승, 선택은?
이에 따라 스트래터개스의 전략가들은 내년 대선에서 선출될 차기 미국 대통령은 엄격한 재정 긴축을 시행하든지 재정적자 확대에 따라 구조적으로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과 금리를 수용하든지 양자택일을 해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미 결과는 후자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 2명이 모두 엄청난 재정지출 확대론자이기 때문이다.

책임감 있는 연방 예산 위원회에 따르면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로나 팬데믹 관련 구제자금 4조달러를 포함해 7조5000억달러를 향후 재정적자에 추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31년까지 코로나19 구제자금 2조5000억달러를 포함해 지금까지 재정적자를 4조8000억달러 늘렸다.

하지만 PGIM의 싱은 문제투성이의 세계에서 재정긴축은 재정적자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배런스는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따라 미국이 안보 비용을 늘릴 수 밖에 없으며 이 결과 국채 금리 상승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국채수익률, 큰 폭 하락은 난망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 5월 3.3%에서 이달초 4.8%로 급등했다.

다만 UBS 글로벌 자산관리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마크 해펠레는 16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서서히 둔화하면서 연착륙하고 연준이 내년 하반기에 금리를 인하하면 미국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으면서 국채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국채 가격이 오르면 국채수익률은 하락한다.)

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연준의 금리 인하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국채수익률이 더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배런스의 분석대로 미국이 구조적인 재정적자 확대를 계속한다면 국채수익률이 하락한다 해도 현재 수준에서 크게 낮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 4.6~4.8% 수준인 10년물 국채수익률이 2021년까지 목격했던 1%대는 물론 얼마 전 3%대로 내려가기도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전쟁으로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는다 해도 대규모 국채 공급 앞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한편, 17일에는 개장 전에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골드만삭스, 존슨&존슨, 록히드 마틴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또 오전 8시30분에는 지난 9월 소매판매가, 오전 9시15분에는 지난 9월 산업생산이 공개돼 미국 경제의 전반적인 성장세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또 오전에 미셸 보먼 연준 이사와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톰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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