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소송 노쇼’ 권경애, 또 불출석…법원, 유족과 강제조정

권 변호사, 손해배상 소송도 불출석
“언론 공표로 정신적 충격 받았다”
유족 측 “권변, 한 번도 연락 안해”

권경애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소송에서 진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 이기철 씨가 지난 6월 19일 오후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학교폭력 소송에 무단 불출석해 의뢰인인 유족을 패소하게 한 권경애 변호사(사법연수원 33기)를 상대로 유족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강제조정을 하기로 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후 숨진 박모 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가 권 변호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2차 조정기일을 열고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강제조정)을 하기로 했다.

권 변호사는 이날 조정에 직접 출석하는 대신 대리인을 통해 참여했다.

학교폭력 피해자 박모 양의 영정을 안고 법원에 출석한 이씨는 조정이 끝난 뒤 취재진에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권 변호사와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보여주길 바란 것인데 권 변호사는 저에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며 “(강제조정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부연했다.

강제조정은 법원이 민사 소송에서 당사자들의 화해 조건을 정해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어느 한 쪽이라도 조정안을 거부하면 재판은 정식 절차로 이뤄지게 된다.

이씨 측 대리인은 “조정위원이 조정안에 어떤 조건을 제시할 것인지는 오늘 알려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 측은 이날 조정에 앞서 “원고(이씨)가 항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해 원고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했고, 2심 패소 판결을 고지하지 않아 상고할 권리를 침해했다는 원고 측 주장은 전반적으로 인정한다”면서도 그의 청구를 기각해달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권경애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소송에서 진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 이기철 씨가 지난 6월 19일 오후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징계위원을 기다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원고로부터 받은 수임료 900만원에 대해서만 피고(권 변호사)의 과실 정도에 따라 손해배상 범위를 판단해야 한다”며 “정신적 위자료 지급과 관련해선 원고가 이 사건을 언론에 공표해 피고가 받은 정신적 충격도 고려돼야 한다”는 게 권 변호사 측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지난해 초부터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다른 변호사에게 재판 출석을 부탁하는 등 간단한 업무도 처리하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항변했다.

앞서 권 변호사는 지난 2016년 이씨가 딸의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을 대리한 바 있다. 이씨는 1심에서 일부 승소했으나, 항소심에서 권 변호사가 변론기일에 세 차례 불출석해 작년 11월 패소했다.

권 변호사가 패소 사실을 고지하지 않으면서 유족 측이 상고하지 못한 채 판결이 확정됐고, 이는 언론 보도를 통해 일반에 알려졌다.

이씨는 지난 4월 권 변호사와 그의 소속 법부법인, 같은 법인 변호사 2명을 상대로 2억원 상당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올해 7월 이 소송을 조정에 회부했다.

권 변호사는 이 사건으로 지난 6월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정직 1년 징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