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수업 안 듣는데, 돈 내요?”…‘졸업유예금’ 받는 대학들
[KBS 대전] 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졸업유예', 말 그대로 대학에서 졸업 요건을 충족했지만 학생의 의지에 따라 졸업을 연기하는 제도입니다.
지난 2018년, 고등교육법 개정에 따라 법제화됐는데요.
대학생들이 졸업을 미루는 이유가 뭘까요?
한 구인구직 플랫폼 조사에 따르면 대학 졸업예정자의 55%가 졸업유예 계획이 있다고 답했는데요.
"재학생 신분이 취업에 유리할 것 같다"는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이 조사가 이뤄진 이후 취업 시장 상황은 더 안 좋아졌기 때문에 지금은 졸업유예를 선택하는 대학생이 더 많아졌을 가능성이 큰데요.
그런데 문제는 아무런 수업을 듣지 않더라도 이렇게 졸업을 미루는 학생에게 졸업유예금을 받는 대학이 있다는 겁니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졸업유예 제도를 운영하는 대학 10곳 중 2곳이 졸업유예금을 받고 있었는데요.
지난해 이들 대학이 걷은 졸업유예금만 1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역 국공립 대학을 보면 공주대와 공주교대는 졸업유예금을 받지 않고요.
충남대가 등록금의 8%, 한밭대는 등록금의 5%를 졸업유예금으로 받고 있습니다.
대학의 입장은 어떨까요?
[충남대 관계자/음성변조 : "(졸업유예금) 평균적인 금액이 한 15만 원 정도 되거든요. 학교 내 시설 이용이라든지 도서관 이용을 할 수도 있고, 주차 등록을 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죠. 일반 재학생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잖아요. 대학 내에서 똑같은 혜택이 주어진다고 보면 되죠."]
이렇다 보니 대학에서는 일부러 졸업 요건을 맞추지 않는 학생도 많다고 하는데요.
그러면 졸업유예금을 내지 않고도 재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적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20만 원 정도인 졸업유예금이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거고요.
'등록금의 몇 퍼센트'라고 책정된 경우 학생마다 내야 하는 졸업유예금 액수가 다르다고 학생들은 지적합니다.
[최인용/충남대 총학생회장 : "(졸업유예자의) 경제적인 부담을 조금이라도 낮추고자 최저 가격으로 동결하는 그런 형태로 (대학 측과)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습니다. 학교의 입장도 이해를 하지만 실질적으로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경제적인 부담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학교가 학생들을 생각해서…."]
관련 법에도 맹점이 있습니다.
졸업유예가 법제화됐음에도 대학이 지키지 않을 경우 따로 벌칙 조항은 없다는 건데요.
실제로 전국 대학 10곳 중 3곳은 졸업유예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제도 도입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졸업유예금은 폐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임은희/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 "학생들이 적을 둔다는 이유만으로 유예금을 받는 것 자체가 교육비 부담이기 때문에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보고요. 대학의 자체적인 판단에 의해서 편법적인 졸업유예로 수업 등록을 의무화하는 대학들도 있고 또 졸업유예금을 과하게 많이 받는 대학들도 있거든요."]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돈 받는 게 맞다, 공짜로 학생 신분 유지하며 학교 시설 이용하는 게 더 불공평하다" "아예 졸업 유예 제도를 없애는 게 낫다" 이런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졸업유예금이 단순한 학적 유지를 위한 비용인가, 아니면 학교 시설을 이용하는데 필요한 시설이용료인가, 명확한 구분도 필요해 보이는데요.
지금은 법의 사각지대 속, 대학마다 중구난방인 졸업유예 제도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구심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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