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 부드러운 쌀 젤라토…토종쌀의 화려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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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 들녘이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김씨는 "지난 8월15~16일 연 토종쌀 행사에서 시민 80여명에게 젤라토로 만들어지길 바라는 토종쌀에 대해 물었더니 1위는 멧돼지찰, 2위는 한양조, 3위는 보리벼라고 답했다"라고 말했다.
'토종벼 지킴이' 이근이 경기 우보농장 대표는 "토종벼를 2011년부터 직접 재배해 450종을 복원했다"며 "품종마다 고유의 맛이 있고 색과 모양이 다 다르고 독특한 유래가 있어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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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 들녘이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누렇게 익은 벼가 무성하게 자랐다. 건너편에는 검붉은색의 논이 펼쳐졌다. 벼에 수염처럼 붙은 붉은빛 까끄라기가 있었다. 국내 재래종인 ‘고대미’, 토종벼다.
지난 12일 전남 장흥 용산면에서 만난 농부 한창본(57·정농회 부회장)씨는 토종벼를 가리키며 “까시락(까끄라기)이 까칠해 병충해가 잘 없다”고 말했다. 2000년 고향에 내려온 한씨는 유기농 단체인 정농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토종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고대미’ 볍씨를 구했다. 한씨는 현재 3개 필지 1만3223㎡(4000평)의 논에 토종벼를 재배하고 있다.
한씨는 고대미 중 붉은쌀은 적토미, 녹색쌀은 녹토미, 검정쌀은 흑토미라고 이름을 지었다. 이들 쌀에 대한 영양성분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08년 충남대 식품영양학과의 성분검사 결과, 적토미는 항암효과가 뛰어난 폴리페놀 성분을 일반쌀보다 약 200배 더 많이 함유한 것으로 나왔다.
한씨는 “우리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토종쌀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적토미는 1㎏에 3만원으로, 일반미(4천~5천원)의 6~7.5배 값에 백화점을 통해 팔릴 정도로 인기”라고 했다.
젤라토, 막걸리, 누룽지 등 토종쌀을 이용한 상품 개발과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음식철학교육가이자 문화실험가인 김진아(34)씨는 토종쌀로 젤라토를 만드는 방법을 알리고 있다. 전남 화순 992㎡(300평)의 논에서 토종 작물 농사를 짓는 그는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 제2회 지속가능문화 실험 연구용역에 ‘토종쌀 맛경험 프로젝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8월15~16일 연 토종쌀 행사에서 시민 80여명에게 젤라토로 만들어지길 바라는 토종쌀에 대해 물었더니 1위는 멧돼지찰, 2위는 한양조, 3위는 보리벼라고 답했다”라고 말했다.
전남 나주 지역의 마을기업 농업회사법인 ㈜토종스토리는 토종쌀 누룽지를 팔고 있다. 2015년 귀촌한 김도우 대표는 키가 작고 쓰러짐에 강한 졸장벼를 생산해 원곡으로 판매하지 않고 2018년 누룽지 가공제품을 내놓았다. 김 대표는 “유기농 인증을 받아 120g짜리 6개가 든 누룽지 한 상자에 10만원”이라며 “환자나 건강을 챙기는 소수의 애호가가 꾸준히 찾는다”고 말했다. 최영은 시(C)막걸리 대표는 토종쌀로 빚은 전통 막걸리를 선보이고 있다. 다음달 중순께 토종쌀 연구를 거쳐 만든 다섯가지 품종의 막걸리를 판매할 예정이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1911~12년 13개 도 314개 군에서 수집해 기록한 ‘조선도품종일람’을 보면, 논메벼 2437자원, 논찰벼 1081자원, 밭메벼 208자원, 밭찰벼 104자원 등 벼 재래종은 3830자원에 달한다. 중복 품종을 제외하면 한반도에 1500여종의 토종벼가 재배됐다. 하지만 1970년대 개량종 보급으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녹두도, 버들벼, 자광도, 귀도 등 토종벼는 키가 크고 까끄라기가 있어 잘 쓰러지고 거칠지만, 육종벼들은 키도 작고 알도 커 수확량이 좋다.
‘토종벼 지킴이’ 이근이 경기 우보농장 대표는 “토종벼를 2011년부터 직접 재배해 450종을 복원했다”며 “품종마다 고유의 맛이 있고 색과 모양이 다 다르고 독특한 유래가 있어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토종벼 연구의 맥이 끊이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주희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연구관은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시대에 비료 등을 활용하지 않고 자연 친화적인 농법으로 재배하는 토종벼가 미래의 대안이 될 수 있어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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