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치적용 범행” 이재명 “이익본 것 없어”... 재판서 8시간 공방

양은경 기자 2023. 10. 17. 20: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등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대장동·위례 개발비리와 성남FC불법 후원금으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에서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치적용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개발사업 과정에서 얻은 개인적 이익이 전혀 없다고 맞섰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33부(재판장 김동현)심리로 열린 이 대표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은 모두진술을 통해 ‘대장동 배임’ 부분을 설명했다.

검찰은 “(지분이) 7%도 안 되는 민간업자가 4054억을 받아갔고 3690억원을 화천대유가 취득했다”며 “도대체 이 말도 안되는 결말을 피고인들(이재명 대표·정진상씨)이 용인한 이유를 살펴보겠다”고 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대표)이 성남시장 초선 때부터 일 잘 하는, 돈 잘 버는 시장 되겠다고 누누이 얘기했고 대장동 사업에서 1조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시에 자금이 많지 않고 다수당(당시 새누리당)이 점령한 성남시의회가 도와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러자 본말이 바뀌어 1공단 (결합개발)치적을 어떻게 든 만든다고 하니까 (이 대표가) 싫다고 천명한 민간업자와 손을 잡고 정치적 도약을 위해 지자체의 재산을 헐값에 매도한 결말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 대표는 2010년 성남시장 선거에서 대장동 개발과 1공단 부지의 공원화 개발의 결합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런 정치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넣지 않는 등 민간업자의 요구를 최대한 받아들여 폭리를 취하게 했고, 이를 통해 1공단 공원화의 재원을 마련하려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주장하는 ‘5500억원 환수’ 또한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 대표측 주장 중 3대 거짓말이라고 생각되는 것 중 하나가 ‘민간업자 요구를 들어준 적이 없다’는 것과 ‘5500억을 환수했다’는 것”이라며 “원가계산과 상충된다”고 했다.

검찰은 “어떤 제조업자가 물건을 만드는 데 3원이 들고 2원을 이윤으로 책정했는데 2원이 많다고 나누자고 해서 시를 위해 무엇인가를 지어주면 환수가 맞는다” 고 했다. 그러나 대장동 사업의 경우 1공단 조성 비용 자체를 소비자들이 부담했기 때문에 환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은 “물건값이 5원이 아니라 7원이 되면 2원이라는 이윤은 변하지 않지만 환수가 될 수 없다”며 “대장동 아파트를 비싸게 산 사람들이 공단 조성 비용을 조달했기 때문에 비용부담은 주민이, 치적으로서의 활용은 시장이 가져가는 터무니없는 결과가 됐다”고 했다.

성남FC불법 후원의 경우 구단 부도 위기에서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네이버가 사업상 필요한 분당 구미동 부지를 매입하게 해주는 대가로 40억원을, 두산건설의 병원 부지를 사옥 용도로 변경하고 용적률을 높여 주는 대가로 55억원을 , 차병원의 경우에도 부지 용도변경 대가로 33억원을 각각 후원금으로 받았다고 설명했다.

◇ 이재명측 “다음에 하자” 재판장 “재판 늦어져..더하자”

이 대표 측은 이에 대해 “검찰의 수사와 공소제기는 정권과 하나가 돼 야당 대표를 무력화하는 차원에서 기소한 것으로 공소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대장동·위례 개발비리에 대해서는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장동 민간업자와 개인적 만남이나 친분을 가진 사실이 없다”며 “(이 대표가 민간업자와 결탁해 이익을 나눠 갖기로 했다는)유동규씨의 진술은 다른 사건 재판에서 신빙성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했다.

이 대표 변호인은 “2014년 11월 5일 (정영학 녹취록의) 남욱 발언에 따르면 유동규가 남욱에게 ‘4000억원을 도둑질하는데 완벽하게 하자’는 말을 했다고 한다”며 “유동규와 남욱 등 대장동 업자들이 이재명 모르게 범행을 공모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 측은 “도시개발 계획을 어떻게 수립하고 토지보상을 어떻게 할지, 개발주체를 누구로 할 지는 재량권 범위 내”라며 “검찰은 폭넓은 행정행위로 인정되는 것을 업무상 배임죄로 문제삼고 있다”고 했다.

성남FC불법 후원금에 대해서는 “기업으로부터 청탁을 받거나 광고비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각 기업이 지역공헌 등의 차원에서 후원한 것으로 뇌물이 아니다”고 했다.

오전 10시 반부터 시작된 이날 재판은 저녁 8시 48분까지 이어졌다. 휴정 시간을 제외하고도 재판 시간만 8시간에 가까웠다. 오후 6시 30분 무렵 이 대표측 모두진술이 끝나고 정진상씨측 진술이 남은 상태에서 이 대표측은 “다음 기일에 이어서 하고 대신 이 대표 측은 (정씨)모두진술이 끝날 쯤인 오후 2시쯤 이어서 하시는 것은 어떤가 하는 데 변호인단이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장인 김동현 부장판사는 “그렇게 할 생각은 없다”며 “그렇게 되면 증인신문 시작이 자꾸 뒤로 넘어가게 된다”고 했다. “오늘 한 시간 반 정도 더 하고 20일에 나머지를 진행하고 11월 3일에 증인신문 들어가면 어떨까 한다”고 했다.

대장동 재판은 매주 화요일, 격주 금요일에 진행 예정이었지만 이 대표 국회 일정으로 미뤄진 상태다. 김 부장판사는 “24일은 국감으로 출석이 어렵다고 했고 31일은 국회 연설이 있어서 어렵다고 했는데 국회 연설이 오전인지 오후인지”라고 물었다. 이 대표 측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자 김 부장판사는 “오전에 하시면 오후에 나오시라고 하려 했는데 그건 어려울 것 같다”며 20일에 모두진술을 마무리하고 내달 3일부터 증인신문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