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12현에 담은 희노애락…가야금과 함께 걸어온 ‘반세기’
[KBS 창원] 가장 한국적인 악기 가야금으로 희로애락을 전하는 연주자.
["거기에 푹 들인 그런 맛과 멋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래도록 변하지 않고 걸어가는 겁니다."]
강인하면서도 유연한 12현과 나란히 걸어온 55년.
노장에게 가야금은 곧 인생입니다.
경남 국악계의 산증인으로 지역의 국악계를 지켜온 심은주 씨는 열아홉 살 때 운명처럼 가야금과 만났습니다.
올해 그의 나이 75살.
가야금 병창부터 정악, 산조까지 모든 연주를 섭렵한 현역 연주자입니다.
[심은주/가야금 연주자 : "이 왼손을 사용하는 걸 농현이라고 합니다. 그냥 뜯는 것과 미레, 미레 1도의 음을 더 올리고 내리고 하는 음이고, 계면, 흘린다 이런 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또 태성을 준다는 건 음을 낮게 해서..."]
중요무형문화재 23호 가야금병창 고 박귀희 선생의 직계 제자로, 강남희재 황병기류 가야금산조 연주자로, 심은주 씨는 가야금의 섬세한 기법을 연구하고 또 연주해 왔는데요.
하나의 현으로 여러 음을 내야 하는 진양조가 그의 주특기입니다.
["휘몰아치는..."]
심금을 울리는 진양조부터 벅찬 휘몰이까지, 그의 가야금은 세상사와 인생사를 담는 그릇입니다.
["이 줄 하나하나가 어려우면서도 다정하고 생각을 깊게 하는 그런 악기죠."]
가야금을 통해 노래와 춤, 장구까지 예인의 기량을 고루 갖춘 그에게 국악은 선인들의 정신과 삶이 밴 음악. 우리 음악을 지키는 사이 반세기가 지났습니다.
["장단가지고 추임새로 '얼씨구', '아! 좋지' 이런 음에서도 뭔가 마음을 아프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국악기는 꼭 신명이다, 슬픈 음악만 낸다가 아니고 희로애락을 다 담을 수 있습니다."]
국악불모지에서 서너 명의 국악인과 한국국악협회 마산지부를 만든 게 1969년.
이후 경남지회를 설립하고 전 시군에 국악협회를 만드는가 하면 경남 도사에 첫 국악 편을 집필하는 등 부지런히 국악 저변을 넓혀왔습니다.
[심은주/가야금 연주자 : "그때는 원 국악인이 한 다섯 분이 안 됐죠. 지금은 한 680명 정도."]
장구를 연주하다 깊은 울림에 매료돼 가야금을 배우고 있는 제자는 각별한 국악 한길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진세자/김해시 장유면 : "정말 매력적이고 멋있는 분이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가야금을 해 오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그 마음이 훅 들어왔어요."]
["명주실로 이 현을 만들었거든요. 오동나무로 제작을 한 거예요. 순수한 자연의 재료죠. 가는 날까지는 큰 공연이든 작은 공연이든 좋은 음악을 많이 들려주고 싶습니다."]
자연의 소리에 희로애락을 담는 노장의 손끝이 열두 줄의 현을 더 특별하게 합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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