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초대질량 블랙홀 M87, 팽이처럼 회전"…처음으로 확인
[EBS 뉴스]
서현아 앵커
블랙홀은 빛마저도 빨아들일 만큼 강한 밀도와 중력을 가진 우주 공간입니다.
지난 2019년 인류가 처음으로 관측에 성공했지만 블랙홀의 움직임에 대해선 아직 숨겨진 비밀이 많은데요.
이 블랙홀이 팽이처럼 회전한다는 사실을 한국천문연구원을 포함한 국제공동연구진이 처음으로 확인했습니다.
이효종 과학 커뮤니케이터에게 들어봅니다.
어서 오세요.
블랙홀이 팽이처럼 흔들리면서 회전을 한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렸는데요.
어떤 연구였습니까?
이효종 과학커뮤니케이터
한국천문연구원의 한국우주전파관측망 (KVN)이라고 부릅니다.
Korea VLBI Network이 포함되어 있고 전 세계 45개 기관 그리고 79명의 연구원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공동연구팀은 지난 2000년부터 2022년까지 동아시아 우주전파관측망 (EAVN), 초장기선 어레이(VLBA) 그리고 한일 공동 우주전파 관측망 (KaVA) 그리고 동아시아, 이탈리아 우주전파관측망(EATING)으로 얻은 관측 자료를 토대로 천여 자리 은하단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초대형 타원 은하인 'M87'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이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관측을 통해서 알아냈습니다.
서현아 앵커
이번 연구는 지난 23년간 국내 연구팀이 확보한 블랙홀 데이터와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활용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의미가 특별하죠?
이효종 과학커뮤니케이터
네 그렇습니다.
초대질량 블랙홀이 굉장히 흥미로운 천체인데요.
초대질량 블랙홀의 회전은 역사적으로 지금까지 직접적으로 관측된 바 없기 때문에 이번 관측이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천문연구원 소속이자 EAVN AGN 워킹 그룹의 리더인 손봉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발견에 대해 회전하는 블랙홀의 고유한 특성을 독자적으로 입증한 이번 연구는 한국과 동아시아 연구진 그리고 연구시설의 능력을 입증한 쾌거다라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서현아 앵커
블랙홀은 이름 그대로 검은 구멍 정말 모든 것들을 빨아들이는 천체인데 이 블랙홀 연구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이효종 과학커뮤니케이터
블랙홀은 천체 물리학과 관측 천문학이 일궈낸 우리 우주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천체들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5년 이전까지는 이론적으로만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던 블랙홀이지만, 중력파의 관측 기술, 그리고 전파 간섭계 관측 등의 방법을 활용해서 이제는 보다 직관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블랙홀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전파 간섭계가 큰 활약을 하고 있는데요.
최초의 초대질량 블랙홀의 이미지화에 성공한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 프로젝트로 잘 알려져 있죠.
그 프로젝트도 지구 위에 총 8곳에 퍼져 있는 전파망원경 간섭계를 활용해서 이뤄낸 성과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이번 연구에서는 특히 초대질량 블랙홀이 관측 대상이 됐습니다.
아까 참 흥미로운 천체라고 언급도 해 주셨는데 어떤 겁니까?
이효종 과학커뮤니케이터
흔히 블랙홀로 알려진 천체가 탄생하는 이유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텐데요.
태양보다 약 3배에서 무게가 좀 무거운 별일 경우에는 33배가량 질량이 무거운 별들이 최후를 맞이하는 순간에 발생하는 폭발을 우리가 초신성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초신성 때문에 블랙홀이 만들어진다고 다들 알고 있을 텐데요.
실제로 초신성에 의해서 만들어진 블랙홀은 우리 우주에 가장 많은 블랙홀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과학자들은 이들을 항성 질량 블랙홀이라고 부르는데, 오늘 우리가 보는 초대질량 블랙홀은 이것과 다릅니다.
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큰 블랙홀이 우리 우주에는 존재하고 있는데요.
최소 태양의 수십만 배에 달하는 질량을 가지고 있는 이런 블랙홀들은 그 육중한 질량에 걸맞게 말씀드렸던 것처럼 초대질량 블랙홀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이 항성 질량 블랙홀과 구분하고 있습니다.
학계는 아직까지도 명확하게 왜 초대질량 블랙홀이 우주 초기에 만들어졌는지, 이들이 왜 은하 중심에 있는지,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에 대해서 해결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 때문에 초대질량 블랙홀을 들여다보는 전파 간섭계 연구가 미지의 영역이죠.
그리고 그 미지의 영역을 해결할 수 있는 여러 실마리들을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초대질량, 그만큼 엄청난 크기의 중력으로 모든 것들을 빨아들이고 또 그 과정에서는 플라즈마 제트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분출도 한다고 하는데요.
좀 어려운 과정인 것 같기도 한데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 풀어서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이효종 과학커뮤니케이터
이번 관측 대상이었던 'M87' 은하 중심 초대질량 블랙홀은 또 강한 제트를 뽑는 것으로 잘 알려진 유명한 블랙홀입니다.
그래서 이 초대질량 블랙홀의 제트 방출의 어떤 역학적 과정은 현대 천체물리학의 주요 난제들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오늘날의 주류 이론의 경우에는 빠르게 회전하는 블랙홀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이 매우 큰 자기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자기장의 취약점이 극점에 모여 있는데요.
이 취약점을 타고 입자들이 빠르게 가속해서 우주 공간상으로 강하게 분출되어 나온다는 것이 제트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M87' 블랙홀의 경우에는 최대 말씀해 주셨던 것처럼 빛의 속도의 약 80% 수준으로 방출된다는 것이 2016년 KaVA를 활용한 연구에 의해서 밝혀졌고요.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의 회전은 지금까지 직접적으로 관측된 바가 없기 때문에 이번 연구가 더욱더 빛을 바라는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제 우리가 뭐 제트 기류라는 말도 하는데 이 기체나 액체 등 물질이 굉장히 빠른 흐름을 의미하죠.
초대질량 블랙홀이 어떻게 제트를 방출하는지 또 회전할 것이라고 추측은 했지만 그동안에는 규명이 되지 않았었는데 그렇다면 이번 연구에서는 어떻게 블랙홀의 회전을 알아낸 겁니까?
이효종 과학커뮤니케이터
블랙홀이 뿜고 있는 제트를 회전하는 팽이의 팽이 회전축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이해가 좀 쉬울 것 같습니다.
저희가 왜 어렸을 적에 팽이를 가지고 놀면 한 번쯤은 보신 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팽이가 축을 중심으로 잘 서서 돌다가 갑자기 팽이가 축이 흔들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뱅글뱅글 축이 흔들리면서 팽이가 돌다가 결국에는 넘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텐데요.
바로 이 팽이의 축이 회전하는 운동을 저희는 세차운동이라고 부릅니다.
세차운동은 물체가 회전하는 동안 회전하는 축과 평행하지 않은 힘이 이 물체에 가해지게 되었을 때 그때 발생하는 현상이고요.
물체가 회전하지 않는다면 그렇기 때문에 일어나지 않는 것이 바로 이 세차운동입니다.
이 때문에 세차운동은 그 자체만으로도 어떤 물체가 회전하고 있는 것인지 회전하지 않는 것인지를 알 수 있는 증거가 됩니다.
그런데 이번 국제공동연구팀의 2000년부터 2022년까지의 블랙홀의 연도별 관측 이미지를 분석해 보니, 그동안 블랙홀의 회전축과 나란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던 제트의 방출 각도가 지속적으로 마치 세차운동을 하듯 변화하고 있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세차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까 이 말은 즉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회전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제트가 흔들리는 게 가능하다는 의미가 되겠는데요.
영상을 준비해 오셨다고 하는데 어떤 영상입니까?
이효종 과학커뮤니케이터
지금 여기 보이시는 영상에 밝은 부분이 'M87' 은하 중심의 블랙홀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고요.
뻗어나오는 부분이 제트가 방출되는 그런 모습을 나타냅니다.
뻗어나오는 부분에 노란색 선을 보면 제트 방출로 유추한 블랙홀의 회전축을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인데요.
시간 경과에 따라 이것이 흔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M87'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에서 발생하는 제트가 이 팽이처럼 세차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세차운동을 하기 때문에 블랙홀이 실제로 회전하는구나라고 하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이번 연구를 통해서 실제로 블랙홀이 회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건데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연구진의 역할은 무엇이었습니?
이효종 과학커뮤니케이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우리나라는 한국천문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 KVN 그리고 이것이 동아시아 우주전파 관측망의 일원으로서 대부분의 관측에 실제로 참여를 했고요.
뿐만이 아닙니다.
전파 간섭계 네트워크 망원경은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개별적으로 수신한 관측 데이터들을 한 자리로 모아서후 처리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데요.
이와 같은 처리를 우리가 상관처리라는 개념으로 부릅니다.
이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만 연구에 사용할 수 있는 영상 데이터를 우리가 최종적으로 확보할 수 있죠.
한국천문연구원의 한일공동상관센터라고 하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은 이번 연구에 사용된 총 170회의 관측 데이터 중 123개의 데이터를 상관처리하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죠.
이번 국제공동연구의 한국 측 책임자인 한국천문연구원의 노현욱 박사후 연구원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전파관측망과 상관처리센터에 힘입어 한천체에 대해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 연구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앞으로 EAVN 주도로 계속될 'M87' 블랙홀 모니터링에서 기존에 발견하지 못했던 블랙홀에 새로운 현상들이 발견되길 기대한다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서현아 앵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우주의 신비, 많이 남아 있는데요.
우주의 원리에 다가가려는 시도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지기 바랍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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