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훈 국회미래硏 연구위원 “상대를 공론장 밖 내모는 말투가 정치 지배… 언행 책임감 가져야” [심층기획-국민 두 쪽 낸 ‘정치인의 입’]

김병관 2023. 10. 1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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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연구에 천착해 온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치는 상대를 공론장 밖으로 내보내려는 말투가 지배하고 있다"며 "거대 양당이 상대를 마치 상종도 할 수 없다는 식의 언어로 '억지 차이'를 만든 결과가 한국식 정치 양극화"라고 말했다.

"정치 양극화의 본질은 말이 나빠지는 것이다. 의견이 다른 정치인들이 마주 보고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각자 지지자를 향해 상대를 이르는 말을 쓴 결과가 양극화다. 이념적 차이가 작은 거대 양당이 상대를 마치 상종도 할 수 없다는 식의 언어로 '억지 차이'를 만든 게 한국식 양극화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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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 서로 상종 못한다는 식으로
‘억지 차이’ 만든 결과가 한국식 양극화
정치가들 말이 좋아야 시민 언어 좋아져”
민주주의 연구에 천착해 온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치는 상대를 공론장 밖으로 내보내려는 말투가 지배하고 있다”며 “거대 양당이 상대를 마치 상종도 할 수 없다는 식의 언어로 ‘억지 차이’를 만든 결과가 한국식 정치 양극화”라고 말했다. 박 초빙연구위원은 “정치가들의 말이 좋아야 시민들의 언어도 좋아지고, 정치가 나빠지면 시민들의 마음도 나빠진다”며 개별 정치인과 정당이 ‘막말 정치’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최상수 기자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정치인들의 언어를 평가한다면.

“우리 정치는 상대를 공론장 밖으로 내보내려는 말투가 지배하고 있다. 우리 정치의 문제는 차이를 양립하기 위해 말하는 게 아니고 상대의 권위를 없애기 위해 말한다는 것이다. 선호를 다원적으로 표출하고 교환할 수 있는 언어를 쓰지 않고, 하나의 선호만 강요하며 혐오를 동원하고 있다.”

―거친 언어가 정치 양극화를 부추기나.

“정치 양극화의 본질은 말이 나빠지는 것이다. 의견이 다른 정치인들이 마주 보고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각자 지지자를 향해 상대를 이르는 말을 쓴 결과가 양극화다. 이념적 차이가 작은 거대 양당이 상대를 마치 상종도 할 수 없다는 식의 언어로 ‘억지 차이’를 만든 게 한국식 양극화의 특징이다.”

―정치 언어가 최근 들어 더 나빠진 것 같은데.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이후 빠르게 나빠진 것에 주목해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합리적인 보수층도 촛불집회를 지지했고 대선에서 41%밖에 득표를 못 했으니 연합 정치를 하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국정을 운영했다면 나았을 것이다. 그런데 국정과제 1호로 적폐청산을 내걸지 않았나. 정치에서 청산은 있을 수 없다. 적폐청산 같은 대결적인 정책이 정치 언어를 급격하게 나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의 언어를 평가한다면.

“옛날 언어다. 냉전적 자유주의 언어라고 해야 할까. 친북 세력을 언급하는 데서 윤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는 협박 비슷하게 들릴 수 있다. 윤 대통령도 정치 언어가 아닌 척결의 언어를 주로 쓰는 것이다. 지난 10년 안팎 동안 한국 정치는 법률 언어나 형벌 언어, 군사 언어 같은 것에 너무 쉽게 굴복했다.”

―정치인의 거친 말이 시민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우리들의 대표자들이 정치를 움직여 갈 때 쓰는 언어와 몸짓, 표정과 태도가 최고의 시민교육이다. 정치인들의 언행이 거칠면 그걸 바라보는 지지자들은 더 격분한다. 정치가들의 말이 좋아야 시민들의 언어도 좋아진다. 시민은 거울 같은 존재다. ‘쪽가위 난동’처럼 정치 현장 주변에서 일반 시민들의 폭력이 늘어나는 것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정치 언어가 좋아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치인들이 자신의 언행에 따라 지지자들이 더 나쁜 심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선출직 공직자로서 책임감을 발휘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정당이 공천을 안 주는 식으로 막말을 규제하며 도덕성과 책임성을 높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정치인과 정당이 선순환한다면 한국 정치의 수준을 좋게 만들 수 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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