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가을비
가을비
원순자
어젯밤 산들산들 바람 불더니
산기슭 따라서 가랑비가 옵니다
가을비는 떡비라고
할머니가 부침개를 부칩니다
부엌에서 살금살금
고소한 냄새가 기어 나옵니다
앞마당의 홍시도
침을 꿀꺽 삼킵니다
맛있는 추억 머금은 가을비
같은 비라도 어느 때 오느냐에 따라서 이름이 다르다. 가을비는 떡을 해먹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시인은 할머니와 부침개를 연결 지어 가을비를 묘사했다. 부엌이란 어휘를 사용한 걸 보니 가난했던 시절인 것 같다. ‘고소한 부침개 냄새가 부엌에서 살금살금 기어 나온다’는 구절이 퍽 재미있다. 여기에 맨 끝 연이 또한 맛소금 맛이다. ‘앞마당의 홍시도/침을 꿀꺽 삼킵니다’ 고소한 냄새에다 먹고 싶은 군침에 앞마당의 홍시까지도 침을 삼킨다는 요 구절이야말로 백미 중에 백미다. 이런 시는 어린이보다는 어른들이 읽어야 더 좋을 듯싶다. 가슴 저 안쪽에 잠자고 있는 동심을 깨울 수 있는 자명종 역할을 이런 동시가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느 시낭송 자리에서 있었던 인상 깊은 장면이 생각난다. 한 출연자는 시가 아닌 동시를 들고 나와서 더 많은 박수를 받았다. ‘티브이를 끌 때는 리모컨이 아니고/용기로 끈다는 선생님의 말씀에/“아니오,”/시후가 외쳤다/“우리 아빤 발로 꺼요!”-티브이 끄기(강수성). 이 얼마나 귀여운가! 이런 것이 곧 동시만의 매력이다. 원순자 시인의 「가을비」도 이에 못잖은 흥미와 맛을 지니고 있다. 낭송으로 듣는다면 더 좋을 듯싶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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