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파업보다 더 불행한 사태" 경고…의협 '강력 투쟁' 예고

정심교 기자 2023. 10. 1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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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3.10.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안 발표를 앞두고 의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조금 전 오후 7시부터 '의대 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 들어갔다.

17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이 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년 동안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코로나19와의 사투를 벌여온 의료인에 대해 격려나 보상 대신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 발표가 합당한가"라고 반문했다.

이필수 회장은 이어 "필수 의료, 지역의료 등 기피 분야에 대한 '적정 보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현실적 해결 방안도 목놓아 외쳐왔다"면서도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나 명확한 원칙 없이, 일부 편향적인 학자들의 사견과 여론이나 정치적 효용성에 의해 일방적으로 의사 인력 확충을 한다는 것을 당사자인 의료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언론에서 정부가 1000명, 많게는 3000명까지 의대 정원을 확대하려 한다는 보도가 확산한 데 대해 이 회장은 "근거가 불분명한 일부 보도들은 국민 건강을 위해 현장에서 헌신하고 있는 14만 회원들과 2만 의과대학생들을 분노하고 절망하게 만들고 있다"며 "14만 의사와 2만 의과대학생들은 정해진 로드맵에 따라 모든 수단을 동원한 강력한 투쟁에 들어갈 수 있음을 천명하며, 2020년 파업 때보다 더 큰 불행한 사태가 나올 수 있음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못 박았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발언 하고 있다. 2023.10.17.

다음은 이번 긴급 의료계 회의에 대해 이 회장이 읽어나간 대국민 성명서 전문이다.

<의대 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

존경하는 의료계 대표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한의사협회 회장 이필수입니다.

오늘 평일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의대 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 시간을 내어 참석해 주신 대표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지난주 목요일부터 저희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발표한다는 다수의 언론 보도 등을 접했습니다.

진위를 떠나 의료계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참담한 상황을 더 이상 진료실에서 바라만 볼 수 없어 14만 회원과 2만 의과대학생들이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오늘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지금 의료계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는 무너져 내리고 있으며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수립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일부 편향된 학자들은 의대 증원만이 해결책인 양 제시하고 있으며, 정부가 의료계와의 아무런 논의 없이 2025년 대학 입시 적용을 목표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한다고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습니다.

아직 의대 정원 확대의 구체적 일정과 규모는 나오지 않았지만,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의지는 강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의료계도 필요하다면 의사 인력에 대해 유연성을 가지고 의료현안 협의체에서 논의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만약 정부가 2020년 9.4 의정 합의 정신을 위반하고 의료현안 협의체를 통한 의료계와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를 강행한다면, 14만 의사들과 2만 의과대학생들은 3년 전보다 더욱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는 전적으로 의정 간의 신뢰를 깬 정부에게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이 아시다시피, 그간 대한의사협회는 보건복지부의 의료인력 확충방안 논의 요구에 대해 여러 문제점을 지적해 왔습니다. 특히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 인력 부족의 문제는 현재의 열악한 의료 환경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분포의 문제이므로, 분포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의대 정원의 양적 확대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여러 차례 밝혀왔습니다.

아울러, 필수 의료 및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대 정원 확대와 같은 근시안적인 대책이 아니라, 우수한 의료 인력들이 기피 분야에 자발적으로 진출하고 정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의료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해 왔습니다.

특히 각종 국회 토론회와 기자회견의 자리에서, '필수 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등을 통해 필수 의료 인력의 법적 분쟁 부담을 해소해 주고, 필수 의료 및 지역의료 등 기피 분야에 대한 '적정 보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현실적 해결 방안 또한 목놓아 외쳐왔습니다.

이러한 의료계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300명, 500명, 1000명 심지어는 3000명이라는 근거가 불분명한 일부 보도들은 국민 건강을 위해 현장에서 헌신하고 있는 14만 회원들과 2만 의과대학생들을 분노하고 절망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코로나19와의 사투를 벌여온 의료인에 대해 격려나 보상 대신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 발표가 합당합니까? 여러분?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나 명확한 원칙 없이, 일부 편향적인 학자들의 사견과 여론이나 정치적 효용성에 의해 일방적으로 의사 인력 확충을 한다는 것을 당사자인 의료계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만약 의료계의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예정대로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한다면, 이는 명백한 9.4 의정 합의 위반이며, 의료계 백년대계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 현안을 졸속으로 밀어붙이는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이에 14만 의사와 2만 의과대학생들은 정해진 로드맵에 따라 모든 수단을 동원한 강력한 투쟁에 들어갈 수 있음을 천명하며, 2020년 파업 때보다 더 큰 불행한 사태가 나올 수 있음을 강력히 경고합니다.

41대 집행부 들어 지난 2년 반 동안 의료계와 정부는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과 협력을 통해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에 의대 정원 증원 문제 또한 의료현안 협의체를 통한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통해 풀어나갈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존경하는 의료계 대표자 여러분 그리고 14만 회원 여러분,

저희 41대 집행부를 항상 믿어 주시고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의대 정원 문제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고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미래를 결정할 만큼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저와 집행부를 믿어 주시고 끝까지 함께해 주십시오. 만약 정부가 의대 정원 문제라는 심각한 사안에 대해서 의료계와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할 경우 저를 포함한 41대 집행부는 전원 사퇴할 각오로 최선을 다해 강경히 대처하겠습니다.

14만 회원의 권익 보호를 책임지는 회장으로서 무겁고 엄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온몸을 던지겠습니다. 의료계 지도자 여러분들과 회원 여러분들도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힘을 모아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끝으로 오늘 '의대 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 참여해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국민과 의료계를 위한 충분한 논의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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